바른 생각 바른 행동
최근 브런치에서 어떤 남편이 자기 아내를 ‘마징가’라고 예찬하며 아내의 노고를 치하하는 글을 올려 흥미롭게 읽었다. 그 남편은 집안을 위해 마징가 제트처럼 온갖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는 아내를 위해 우렁각시가 되어 뒤에서 아내를 돕고 있다고 적었다. 나는 그 글에다가 “나도 우리 집 마징가 제트예요. 그런데 우리 집 영감은 우렁각시가 아니에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요즈음 브런치 글을 읽고 댓글을 달며 다른 작가와 소통하는 즐거움에 익숙해지고 있는 중이다.
내가 스스로를 우리 집 ‘마징가 제트’라고 내세우려니 약간 민망하기는 하다. 하지만 나를 우리 집의 ‘마징가 제트’로 부르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치 나는 집안의 대소사를 앞장서서 해결하고 있다. 남편은 나에 대해 ‘마징가’라는 표현은 쓰지 않고 ‘우리 집 기둥’이라고 부른다.
며칠 전 내가 화장실 바닥에서 미끄러지면서 머리를 벽에 몹시 박아 응급실까지 가게 되었다. 나를 태워 병원으로 가면서 남편은 얼마나 놀랐던지 “우리 집 기둥이 잘못되면 안 되는데”라는 소리를 몇 번이고 되뇌었다. 남편이 인정하는 ‘우리 집 기둥’이 바로 나이다. 그러니 내가 스스로를 우리 집 ‘마징가 제트’라고 내세워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아내들이 각 집안에서 마징가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집안일에다 남편 뒷바라지와 아이들 양육까지 거의 대부분의 일을 진두지휘하며 사는 것이 우리네 아내들일 것 같다. 그런만치 아내들의 목소리는 점차 커진다. 남편들은 식구들을 먹여 살린다는 미명 아래 밖으로 돌다가 퇴직 후 집안일을 기웃거릴 때쯤이면 아내가 호랑이로 변해있음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단다. 나긋나긋하던 아내가 가정의 주도권을 쥐고 큰 나무처럼 버티고 선 광경을 발견하고는 놀랍고 당황해하는 남편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
좀처럼 나에게 화를 내지 않는 남편이 나에 대해 화를 낸 큰 사건들을 되돌아보면 그 원인이 대개 내가 ‘제멋대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데 있었다. 남편은 나에 대해 “뭐든지 제멋대로 한다”라며 화를 내었다.
뭐든지 내가 결정하고 행동하게 해 두고서 이제 와서 불같이 화를 내는 남편에 대해 억울한 마음이 솟구치기도 하였지만 나는 남편이 불같이 화를 내면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일단 반성 모드로 돌아가 나를 살펴보면 나의 행동이 좀 지나친 점이 보이기도 했다.
최근 제멋대로 구는 ‘세 김 씨 부인’들 때문에 국민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사실을 지켜보면서 마징가 부인들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한 집안을 살리는 ‘마징가 여인들’이 잘못하면 패가망신을 초래하거나 나라를 어지럽히는 원인이 되겠다 싶어 구약 성경에 나오는 여인 이제벨을 소환해 보았다.
‘세 김 씨 부인들’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다 짐작하겠지만, 김정숙 여사와 김혜경 여사와 김건희 여사가 그들이다. 한결같이 이 나라 최고 권력자의 아내들이다.
남편인 문재인 대통령보다 에너지가 더 큰 김정숙 여사는 행사 때마다 대통령 앞서서 도도하게 걸어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니 최근에는 그녀의 옷 탐이 연일 보도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의 아내인 김혜경 여사는 남편의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로 온갖 집안 잡사를 해결하더니 이제와서는 뭐처럼 부리던 비서 배 모 씨에게 잘못을 슬쩍 뒤집어씌우려고 하고 있다.
세 여인 중 가장 뜨거운 화제의 중심인물은 아무래도 윤 대통령의 아내인 김건희 여사일 것이다. 아무 부족함이 없을 것 같은(적어도 물질적으로는) 이 여인이 왜 하필 행적이 의심스러운 사람으로부터 명품백을 받아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드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백 건을 공개 사과 해야 할지 어떨지 하며 한동훈 후보에게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려고 했던 것은 더 가관이다. 그녀가 한동훈 후보뿐만 아니라 여러 정치인들, 고위 관료들과 문자와 전화를 주고받으며 마징가 제트처럼 앞장서서 남편의 고심을 해결해 주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나 의심이 든다.
성경에 등장하는 이제밸은 이스라엘 왕 아합의 아내였다. 왕의 아내이니 왕비인 셈이다. 아합왕은 자기 궁전 앞에 있는 나봇의 포도밭이 탐이 났다. 왕은 나봇의 포도밭을 자기 것으로 삼아 왕의 정원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왕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나봇은 그 포도밭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상속재산임을 내세워 왕에게 팔기를 거부하였다. 왕이 밥도 먹지 않고 시무룩하게 누워있자 왕비인 이제벨은 왕으로부터 그 연유를 들었다. 이에 이세벨은 왕에게 “왕은 걱정하지 말고 일어나 식사를 하시고 마음을 즐겁게 하소서. 내가 이스라엘 사람 나봇의 포도원을 왕께 드리리이다.”라고 하며 분연히 일어섰다. 그녀는 왕의 이름으로 조서를 꾸며 나봇을 하나님과 왕을 저주한 역적으로 몰아 곧바로 돌로 쳐 죽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나봇의 포도밭을 왕에게 바친다.
그리하여 왕이 나봇의 포도밭을 정원으로 삼아 행복하게 산책을 하였으면 좋았으련만 성경에 소개된 이제벨에 관한 이야기는 해피엔딩은 아니다.
하느님이 보시기에 이제벨의 방법이 악하였다. 그래서 하느님의 저주가 아합에게 내려 “나는 네 후손들을 쓸어버리고 개들이 이즈르엘 들판에서 이제벨을 뜯어먹을 것이다”.라고 예언하였다. 그 후 아합은 아람과의 전쟁에서 전사하였고 하느님의 예언대로 이제벨은 죽임을 당했고 개들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아합의 아들 일흔 명이 모두 죽임을 당함으로써 아합 왕의 대는 완전히 끊어지고 말았다.
이제벨 그녀는 왕비라는 자리에 있었고 우유부단한 왕보다 더 강한 권력을 가졌기에 무서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처럼 그녀가 왕비로서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며 악을 일삼을 수 있었던 것은 아합 왕의 나약함과 무능함도 한몫 거들었다.
누군가 김여사를 마리 앙뜨와네트에 비유하였다고 하여 대통령이 격노하였다고 한다. 구약의 이제벨에 비유하면 더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야수처럼 달려드는 반대 세력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사실이 구약시대의 이제벨과 무엇이 다른가 하여 연민의 마음까지 생긴다.
아합 왕은 자기의 잘못을 지적하는 하느님의 소리에 회개하면서 베옷을 입고 단식하며 자기 잘못을 빌었다고 한다.
아내들이 너무 나가면 준엄하게 나무라며 이를 막는 남편들이 있을 때 아내들의 일탈은 더 나가지 않는다. 지금 우리나라 여성들의 파워가 마징가 제트처럼 커졌다. 각 마징가들이 뭉쳐 정치적인 팬덤을 형성하며 나라의 진로에 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러니 마징가 여인들은 명심해야 한다. 자기가 하는 행동이 한 집안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엄청난 누를 끼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더 나아가서 대한민국을 엉뚱한 방향으로 내몰수도 있다는 사실을.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막대한 사람들의 아내들은 그래서 더욱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