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 산책>
앞 글에서 양재천에 자라는 콩과식물인 살갈퀴, 갈퀴나물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런데 이 외에도 양재천에는 여러 종류의 콩과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콩과 식물(legume)이라고 함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할 수 있는 뿌리혹박테리아를 가진 모든 콩류를 말한다.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한다는 것은 식물계나 생태계에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식물들이 성장하는데(동물도 마찬가지이지만) 질소 성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식물이나 동물은 질소를 이용하여 단백질을 만든다. 생명체를 이루는 중요 성분이 단백질이기 때문에 단백질을 만드는 기본 원소인 질소가 없으면 몸을 만들 수가 없다. 즉 질소가 없으면 이 지구상에 생명도 존재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공기 중에는 약 78퍼센트의 질소가 함유되어 있다. 생명체가 호흡을 통해 질소를 섭취할 수 있다면 우리가 굳이 단백질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식물은 공기 중의 질소를 영양원으로 이용할 수 없다. 질소 원자들은 세 쌍의 공유 결합으로 단단하게 결합되어 이를 끊을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기 중의 질소 가스의 강한 결합을 끊어 질소 원자를 동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질산염의 형태로 변화시켜 주는 고마운 미생물이 있다. 바로 토양세균인 리조비움(Rhizobium)이 그것이다. 이 리조비움이 식물의 뿌리에 기생해 사는데 우리는 이것을 뿌리혹박테리아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식물 뿌리에 작은 혹이 붙어있고 그 속에 뿌리혹박테리아를 가지고 있는 식물을 우리는 콩과 식물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콩과식물의 경우 단백질 함량이 높다. 특히 대두라고도 불리는 메주콩에는 약 40퍼센트의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어 콩을 귀히 여기는 우리 민족에게 중요한 단백질 급원 역할을 해왔다.
뿌리혹박테리아를 가진 식물을 식물학적으로 콩과 식물로 정의하게 되면 우리가 전통적으로 콩류라고 부르는 대두, 강낭콩, 팥, 녹두, 동부, 땅콩뿐만 아니라 자운영, 클로버, 알팔파, 칡 등의 초화류를 비롯해 박태기, 자귀, 회화, 싸리 등의 나무 종류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사실을 인지한 인류는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래로 클로버나 자운영 등의 콩과식물을 이용해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녹비식물로 사용하였다. 유럽에서는 땅에 클로버를 심어 땅을 휴경시킨 후 밀농사를 지었고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자운영을 심은 후 여기에 농사를 지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운영을 녹비로 사용하는 농가가 거의 사라졌지만 일본의 농촌에서는 아직도 자운영을 녹비로 키우고 있었다. 2023년 일본 나가사카의 농촌을 지나다 자운영이 광활하게 자라고 있는 농지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그런데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양재천에도 콩과 식물이 많다.
양재천에서 자라는 콩과 식물에는 살갈퀴나 갈퀴나물뿐만 아니라 자운영, 클로버, 알팔파, 칡 등의 초화류를 비롯해 박태기, 자귀, 회화, 싸리 등의 나무들도 있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 콩과 식물들이 많다. 콩과 식물들은 땅을 비옥하게 해주는 식물들이므로 이들을 바라볼 때 이들의 유익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
그런데 콩과 식물들을 모아놓고 보니 보라색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운영, 살갈퀴, 갈퀴나물, 박태기, 싸리나무(낭아초), 자귀나무, 등, 칡 등 모두가 보라색 꽃을 피운다. 더구나 살갈퀴, 갈퀴나물, 등, 칡 등의 꽃은 자세히 보면 매우 유사하게 생겼다. 그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이다. 식물학적으로 뿌리혹박테리아를 가진 식물을 콩과 식물이라고 일컫는다더니 꽃모양까지도 유사한 것이 많아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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