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카씽 Jan 04. 2022

잘 빨개지는 나.

새해에도 꾸준히, 더 사랑스럽게 빨개질 거야


첫아이 출산 한 달 전까지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그만둔 지 벌써 5년. 한동안 나의 많은 것을 육아에 소진했지만, 모든 마음을 육아에 소진하지 않으려 애썼다. 정신은 없어도 늘 마음으로 내 개인의 삶을 고민했고, 마음속 작은방에 오직 나만을 위한 자리를 비워두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하고 싶었던 그림과 글을 시작했다.  뚜렷한 목적이나 목표는 없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일단 시작해보자’라는 마음이었다. 어쩌면 나의 새해는 그 마음을 품었던 지난해 11월 미리 밝았던 것 같다.     


“어? 볼이 왜 이렇게 빨개?”

아이들을 재우고 평온히 그림을 그리고 있던 나를 보며 남편이 묻는다. 아 맞다. 나 집중하면 빨개졌었지! 집중하면 빨개지곤 하던 내 볼이 아주 오랜만에 얼굴을 내밀더니, 이제는 자주 얼굴을 비춘다. 예전에는 붉어지는 얼굴이 그렇게나 싫었는데 요즘은 참 좋다. 내가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기쁘고 대견하고 또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지난해 끝자락 하기로 마음먹은 그림.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고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게 하는 이 시간이 참 감사하다. 꾸준히 이 시간을 아껴주며 소중히 다뤄서 나를 더 사랑해 주고 싶다. 그래서 마음먹은 나의 새해 다짐은 두 볼이 꾸준히, 더 사랑스럽게 빨개질 수 있도록 열심을 다하는 것. 그래서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해 주는 것. 소박하지만 쉽지 않을 단단한 마음을 먹으며 오늘 하루도 그렇게 시-작.



작가의 이전글 둘째가 있으면 생기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