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는 사랑입니다.
친정에 갈 때면 항상 금요일 밤늦게 출발을 한다. 경기 남부에서 서울을 거쳐 경기 북부까지 두 아이를 데리고 차로 가기에 덜 버거운 선택을 하는 것이다. 한 시간 반정도를 달려 도착하면 곯아떨어졌던 아이들도 신남을 직감하듯 말끔히 깨어난다. 버선발로 뛰어나온 내 부모 '문'과 '현'. 나와 남편을 제쳐두고 한없이 아이들을 어르고 만지며 꼬옥 안아 흔든다. "피~ 딸이랑 사위는 보이지도 않는구만?" 투정 아닌 투정을 보이며 웃음이 새어 나온다. 한참을 애정의 손길에서 아이들이 빠져나오면 그제야 딸의 투정이 들리는지 나와 남편에게 시선이 머무른다. 오느라 고생했다며 문은 사위를 토닥이며 앉히고는 어김없이 "한잔 해야지?"라며 술을 꺼낸다.
현이나 나나 술을 멀리하는 사람으로서 문은 사위가 오면 그게 낙이다. "소시지도 좀 구워볼까?" 대답을 듣기도 전에 미리 준비했던 사람처럼(사실 준비했다.) 냉장고에서 덥석 소시지 두 팩을 집어든다. "애들도 먹겠지?" 넉넉한 소시지를 무심하게 팬에 툭툭 쏟고는 흥얼거리는 뒷모습이 즐겁다. "다른 소시지랑 다르게 이 소시지는 말이야~" 또 시작이다. 뭐 하나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그는 오늘도 소시지의 맛과 향에 대해 극찬을 쏟아낸다. 그의 청산유수 같은 말과 함께 구수하고 짭조름한 소시지의 냄새가 집안에 가득 차기 시작했을 때 "다 됐습니다아~" 하고 식탁에 접시가 놓인다. 삐뚤 하게 대충 가위로 잘라 접시에 널브러진 소시지. 문의 말 때문인지 진짜 맛이 그런 건지 정신이 혼미하지만 정말 맛있다. 나와 아이들은 하나씩 소시지 집어먹는데 여념이 없고 문과 남편은 사이좋게 맥주캔을 손에 쥔다. 그리고 문의 움켜쥔 이야기들이 하나씩 하나씩 꺼내진다.
최근 근황부터 시작해 소소한 가족이야기, 문의 어린 시절을 거슬러 현을 만나고 또 나와 동생이야기, 그리고 어느새 꼬마였던 내 이야기로 왔다가 남편과 내가 살아갈 이야기까지. 어쩜 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신나게 청룡열차를 탄 기분이다. 배꼽 빠지게 웃기도 했다가 놀라기도 했다가 눈물도 났다가 미소 지어지는 이야기들.
어느새 소시지는 아쉽게 바닥났고 문의 이야기도 조용히 마무리 지어진다. 나른한 몸 겨우 일으켜 얼른 양치를 한다. 우리가 오기 훨씬 전부터 깔아 둔 다정하고도 푹신한 이부자리에 몸을 누인다. 으~~ 좋다~ 미소 지어진다. 은은하게 집안에 남은 소시지 냄새와 선하게 그려지는 문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드는 잠자리는 즐겁고 또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