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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 Oct 28. 2024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2)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없애지 말고, 그냥 둘 걸!


예전에는 SNS 계정에 많은 시간 쏟은 걸 후회했다.


특히 경제적으로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고, 나와 결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책 보거나 공부하거나, 조금 더 생산적인 곳에 썼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고 부캐를 키우면서 알게 되었다.


과거 순간들 속에 있던 모습들 또한  자아다고. 그리고 그걸 스스로 외면하며 부정해 온 것이라고.


그 당시에 지웠던 수많은 기록들과 무형 자산들이 너무 아까워졌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걸 없앤 것도 선택이었고, 이미 지운 걸 되살릴 수도 없는데.


그대로 다행인 , 그때의 경험들이 은연중에 손과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 경험들이 알게 모르게 다시 활동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


예를 들면 이런 부분들이 있겠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배운 사진 잘 찍는 방법,

사진을 원하는 분위기에 맞게 편집하거나 다양한 툴을 활용하는 방법,

SNS 계정을 키우고 정리하는 방법,

빠르게 팔로워 늘리는 방법.


그리고 이제는 그 경험들을 다시 꺼내어, 나만의 아이덴티티로 다듬고 싶어졌다.


그러면서 문득,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이 생각났다.




물론 앞을 내다보며 이런 점들을
이을 수는 없었다.
되돌아보면 아주 또렷하게 점들이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학교를 그만뒀고 그래도 괜찮을 거라 믿었다. 흥미 없는 필수 과목을 듣지 않고 재미있어 보이는 과목들을 청강했다. 호기심과 직관을 따라가다 느낀 것들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한 자산이 되었다.

서예 과목을 들었고 세리프체, 산 세리프체에 대해 배웠고 서로 다른 활자체들 간의 공간을 다양화하는 방법을 배웠다.

10년 후에 첫 매킨토시 컴퓨터를 디자인할 때, 이 경험들이 다시 내게로 왔다. 맥 안에 이 모든 것을 디자인해 넣었다. 학교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서예 과목을 청강하지도 않았고, PC도 그런 서체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앞을 내다보며 이런 점들을 이을 수는 없었다. 되돌아보면 아주 또렷하게 점들이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퍼스널 브랜딩에 관심을 갖다 보니,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모두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점은, 내가 SNS를 바라보는 시각달라졌다는 것뿐이었다. 


마치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 '그때는 맞고 지금의 틀리다'처럼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 글쓰기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것처럼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경험들이 소중한 자산이 될 수도 있고, 무의미한 시간으 여겨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위 사례처럼,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어도 상황에 따라 판단은 또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어떤 경험이든지, 쓸모없다고 단정 짓거나 폄하할 필요 없을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 경험들을 글로 엮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런 생각들이 조금씩 모여, 매주 월요일 브런치북 연재 도전 도전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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