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고 싶은 순간들 속에서
가끔씩 삶의 한 순간을 붙잡고 싶을 때가 있다.
너무 행복해서 이 순간이 끝나면 어떡하지 -
하는 생각이 들 때, 곡의 분위기와 바깥 풍경의 모습들이 조화를 이루어 함께 노래를 부를 때.
담고 싶어진다, 살고 싶어진다.
그리고 다시 기대를 하게 된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삶의 한 순간을 붙잡으며,
기록하며 또 삶의 기록을 이어나간다.
수더분한 마음을 가지고,
차분한 호흡으로 가다듬고,
주변을 돌아보며,
11월의 마음이다.
<11월>
나태주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날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11월이다.
12개월 중 11개월을 지나고 있는 지금, 나는 무엇을 바라며 남은 두 달을 바라고 있을까
기다리는 마음
바라는 마음
고대하는 마음
불안한 마음들도 붙잡은 채 날들을 지나왔다.
글의 섬세함이 좋듯이,
마음의 섬세함을 느끼는 순간이 좋다.
마음의 결이 고운 사람이 좋듯이,
단어의 고운 결을 아는 사람이 좋다.
시간의 섬세한 순간들을
고이 담아낼 줄 아는 사람이 좋다.
결국 섬세한 알아차림들이 모여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듯하다.
1년 사이에 여러 순간들을 지나오며 나는 어떤 마음으로 2025년을 담았는지 돌아본다.
때로는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한 호흡으로 발을 내딛기도, 숨이 턱 막히는 순간이 입까지 올라왔을 때도 있었다.
순간들이 쌓여 나의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음을 -
맡기는 연습이 필요했다.
마음을 맡기는 연습,
흐름에 나를 맡기는 연습,
순간에 나를 맡기는 연습 말이다.
아이러니하게 내가 모든 걸 쥐려고 했을 때
모든 게 빠져나갔다.
거짓말처럼 모든 게 아스러져 갔다.
그 속에서 허우적 대지 않기 위해 더욱더 붙잡으려고 하였으나, 더 모든 게 멀어져만 갔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차분한, 조용한 시간들이 필요했다.
중심을 지키는 연습을 했다.
나의 마음은 연약하다.
연약하고, 연약하다.
나는 연약한 존재다.
마음속에 울퉁불퉁한 부분들을 다듬었다.
여전히 모나고, 울퉁불퉁하지만
그 마음들마저도 나라는 걸 받아들이고 있다.
더욱더 맡기고,
낮아지고,
비우는 나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11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