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틈에서 편지를 보냅니다 | 시원

시간의 틈과 틈새의 행복에서

by 삶예글방


나은 님, 안녕하세요!


저는 오후 7시가 넘어서야 첫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고 있어요. 떡볶이를 기다리며 쓴 편지, 아주 인상적이었답니다. 쫄깃한 떡볶이의 맛처럼 나은 님의 일상도 쫄깃하게 즐겼달까요 – ㅎㅎ 나은 님의 일상 속에서 묻어난 편지를 읽으며 저도 일상이 묻어난 편지를 쓰려고 합니다.


요즘은 너무 정신없는 하루의 반복이라 억지로 여유를 찾으려고 해요. 책 한 문장이라도 더 읽기, 30분 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카페 라테 한 잔의 여유를 찾으러 카페 가기.. 이렇게라도 안 하면 제가 시간에 휩싸여서 살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편지를 통해 글의 감상과 근황을 주고받기에 오히려 차분히 감상들을 정리하며 나아갈 수 있어요. 한 번씩 고이 우려내어 나온 감상들을 한 단어씩 찾아가며 읽는 기분이랄까요 - 한 번씩 고이 우려내어 감상들을 곱씹어 보게 됩니다.


글에 도망치는 나은 님과도 같이, 저도 글로 도망치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서로의 글에 기대어 쓰는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같이 들어와 숨지 않겠냐고’라는 다정한 물음이 저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어요. 틈새의 큰 행복을 맛보며 나아가고 있는 나은 님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틈새의 행복들을 찾으려고 하는 날입니다.


드디어 선자 마을의 초입에 들어서면서 그들이 떠나온 [서울]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인간의 무자비한 욕심으로 인해 파괴된 환경과 끝없이 놓인 빽빽한 장소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온 그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의 모습이 보이는 건 왜일까요 -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기계의 모습들은 이미 현실화가 되어 가고 있고, 초고온 초저온의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아요.


‘연’의 이름이 나왔어요. ‘연’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요? 연과 함께 있는 그는 누구일까요 –
새로운 마을에 적응하기까지 주어진 일주일의 시간이 궁금한 이야기입니다. 선자 마을이 위선자의 마을인 걸까요 – 아니면 떠나온 [서울]이라는 나라가 위선자의 마을인 걸까요 –


어느덧 편지를 마무리하고자 하니 벌써 한 시간이 훌쩍 지났네요. 중간에 일을 마무리하고 오니 벌써 어둠이 내려앉은 포항의 밤이에요.
서울의 밤은 어떤가요?


11월의 중순으로 들어서면서 부쩍 추워진 날씨가 되었어요. 부디 따뜻한 날들과 마음을 지킬 수 있길 바라며 편지를 마무리해요. 또 편지할게요!



부디 안온한 날들을 보내시길 바라며,
시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