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12월 16일 화요일 문장밥
작은 손으로 많은 걸 움켜쥐고 싶어하는 저에게, 큰 손을 가지고도 활짝 펼쳐 내어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저의 동거인이 해줬던 말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이병률 작가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속 문장 이더라구요.
한 주를 보내며 이 문장이 유독 더 생각이 났어요. 그리고 어제 무심코 읽다가 울컥하며 눈물이 나고, 마음의 조바심을 내려놓게 만들어 주는 문장을 또 하나 만났습니다.
정호승 시인의 시선집「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있는 <산산조각>이라는 시 입니다.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이 시를 필사해두고, '이 시에 위로 받은 사람 또 있나요~?' 남겨둔 손글씨에 저도 모르게 읽다가 '저요!'라고 욹먹이는 소리로 대답할 뻔 했습니다.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
그 수식의 표현부터가 참 찔리면서도 와닿았더랬죠.
우연히 발견한 문장들이 이렇게 같은 시인의 것이라는 게 신기합니다. 지난 주 문장밥에서도 정호승 시인의 문장을 가져왔었는데요.
이렇게 인연이 되어주는 문장이, 사람이 있는가 봅니다.
오늘도 파편처럼 부셔버린 시간들, 마음 같지 않게 흘러간 일들이 있지만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마음에 자꾸만 들려주고 싶습니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