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by 삶예글방

12월 11일 목요일 문장밥



오늘 바쁘게 일하던 중, 아름다운 시 한편을 필사한 친구분의 노트를 엿보게 되었어요.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아침부터 열 시간 가까이 앉지 못하고 뛰어다니며 주문받고 포장하고, 치우고 하다 보니 허리도 아프고, 발에도 불이 나던 와중에 마음속에 시원한 바람 한 줌 불어오는 기분이었어요. 집도, 집에 있는 사랑하는 생명도 그리운 오후에, 읽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은 정호승 님의 「풍경 달다」 시를 차려 드립니다.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시인이 마주해 보여는 풍경도 아름답고, 살랑이며 들려오는듯한 풍경 소리도 아름답습니다. 보고 싶은 이들의 얼굴 떠올라 그들에게도 이 문장과 함께 마음을 보내고 싶습니다.

가만히 글자를 몇 번 다시 짚어 읽다 보니, 친구에게 선물 받은 풍경 책방 창가에 걸어두고 책 읽는 시간 보내고도 싶고, 아침 햇살과 바람맞으며 산속을 걷다 오고도 싶습니다.


매일 출퇴근 시간에 바쁘고 피곤하더라도 마을 뒷산을 거쳐서 역과 집을 오갑니다. 짧게라도 산을 타며 흙과 나무 냄새를 맡고 싶어서요. 요 며칠은 내내 뛰어다녔는데요, 내일 출근길엔 뛰지 말고 천천히 거닐어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