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작별하지 않기
애도의 시간이 흐르려면 서둘러 작별하지 않아야 한다.
나를 위해서든, 너를 위해서든, 이름 모를 누군가를 위해서든.
애도의 시간이 충분히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상실을 향해 손을 흔들 수 있을지 모른다.
인사를 할 수는 있을까? 인사하지 못해도 좋다.
조용히 눈물이 흐른 자국들을 닦으며 자리에 일어서는 연습부터 해도 좋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애도의 시간이 흐른다.
누군가가 갑자기 나의 인생에서 사라졌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전화기 너머로 들리던 그의 목소리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을 때,
나와 함께 밥을 먹고 다음에 또 오자고 약속했던 그의 존재가 내 삶에서 없어졌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애도의 시간이 흐르고,
내 삶에서 진정으로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연습도 시작된다.
돌아간 일상의 자리는 허무함으로 가득하다.
공허함이 조용히 스며든다.
그의 빈자리를 쓰다듬는 연습이 필요하다.
아직 나는 그의 자리를 보듬지도 못했다.
애도의 시간이 흐른다.
기어코 그 시간이 흐른다.
일상과 비일상의 틈에서 그를 위한 애도의 시간이 흐른다.
몇 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 그의 자리는 여전히 나에게 공백으로 다가온다.
공백을 품을 시간이 다가온다.
그의 흔적을 서둘러 없애면 안 된다.
그의 시간을 그대로 삭제할 수는 없다.
아직 보낼 순 없다.
품자.
품고, 애도의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