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인간은 좀 더 쉽게 태어나 의외로 쉽게 죽는 존재였다.
3월 9일 월요일 문장밥
건강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날들이죠.
달리거나 운전할 때 종종 듣는 '여둘톡'에서도 'ep. 179 건강이라는 환상'이라는 주제로 건강 강박에 대해 다뤘더라고요. 심지어 인사말로 흔히 안부를 나누며 끝에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하곤 합니다.
'건강해야 해~'
여기까지는 너무 자연스럽죠. 듣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질 수 있을 것 같아 고마운 인사입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은 조금 걱정이 됩니다.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거야~'
이런 말을 들으며 위화감이 들 때, 생각합니다. 언제든 누구든 갑자기 -노력 여하에 상관없이- 아프게 될 수 있는데요. 마치 그렇게 되더라도 자기 자신의 관리소홀을 탓하게 될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죠. 그리고 그렇게 부득이하게 질병을 얻거나 사고로 인해 건강을 잃게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너무나 쉽게 겪을 수 있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모든 걸 다 잃는 거라니.
건강을 잃으면 정말 모든 걸 잃는 걸까요?
이런 질문에 같은 문제의식을 지닌 책을 만났습니다.「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입니다. 이 책은 도쿄에서 살고 있는 정신의학과 전문의 구마시로 도루가 쓴 책인데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청결하고 쾌적한 사회를 살지만, 그런 사회가 그 속에 소속되어 살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만한 존재가치를 증명해 내도록 압박하며 교묘히 통제하는 불편한 사회가 되어버렸다는 시선으로 문제를 제시합니다. 저자가 살고 있는 일본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도, 마치 한국 사회를 한국 작가가 관찰하고 쓴 것처럼 여러 영역에서 비슷한 불쾌함을 계속 마주했습니다.
원래 인간은 좀 더 쉽게 태어나 의외로 쉽게 죽는 존재였다.
건강은 어느샌가 '상식'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비대해졌고, 권리라기보다는 '의무'에 가까운 색채를 띠게 되었다.
우리는 점점 더 건강해지고 오래 살게 되었으며, 그만큼 더 많은 의료비가 필요해지고, 더 많은 노후 자금을 모아야 하게 되었다. 반드시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있어서 장수를 바라는 게 아니라, 건강이 당연한 가치가 되었기 때문이다.
건강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 - 의 식 주, 교육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까지 고르게 다루고 있습니다. 책 친구들과 함께 읽으며 토론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