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잠재적 살인자들이다.
물론 진짜 살인자들이 되기도 한다.
3월 11일 수요일 문장밥
이명호 작가의「 덕수궁 회화나무 프로젝트 」 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책 친구가 지난 아쳅토 독서모임 때 읽고 소개하고는 두고 가서 제가 시간 날 때 틈틈히 펼쳐 읽어보고 있는데요. 덕분에 소설을 쓸 때 막혀있던 부분에서 뚫고나가는데에 힘을 얻었네요.
제목에 넣은 문장은, 강렬하고 무섭게 다가오지만 - 그만큼 우리에게 유연함, 삶의 우연과 덧없는 끝과 또 새로이 시작하는 순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덕수궁의 회화나무의 생이 딱 그렇습니다.
나는 '시적(poetic) 복음'을 학수고대하는 이들의 영혼을 신뢰한다. 깨어 있는 영혼은 감동의 잎사귀와 신비의 꽃을 피워 낸다. 매일매일 살아도 죽어 있는 우리를 진정으로 살아 있게 해 준다. 저 회화나무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말해 주고 있다.
⋯⋯
인생과 세상과 역사를 칼로 무베듯 자를 수 있다고 맹신하는 자들이 죄인들 가운데 자기 죄를 모르는 자가 되기 십상이다. 아무튼, 우연과 운명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돼 돌아가는 혼돈은 힘이 세고, 모든 생물, 무생물 들은 그 안에서 존재하다가 덧없이 사라진다. 이것만큼 확실한 진실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더욱더 살아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는 우리의 무식한 무료함이 가리고 있는 '신비'다.
'덕수궁 회화나무'는 지난 250년간 우리의 수도(首都) 한복판에서 우리를 밟고 지나간 온갖 혼돈에 함께 짓밟히면서 살아남았다. 혼돈과 신비 말고도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인간들이 이 세상에서 만나 서로 무너뜨리고 끌어안고 불타오르고 재가 되고 다시 건설하는 동안 저 회화나무 한 그루는 그 힘센 것들 앞에서 가장 고요히 살아남은 당사자이자 우리의 관찰자였다는 사실이다.
⋯⋯ 덕수궁 회화나무는 고독을 상실해 버린 우리를 고독하게 지켜 바라보고 있었다.
첫 챕터가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응준 작가가 써서 그런지, 유독 아름답게 써있어 가만히 머물게되는 문장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시적 복음'이라는 것을 제 영혼으로도 초대하고 싶고, 그런 이들과의 연결을 기대하고 기다려보고 싶어집니다.
어쩌면 고마운 책 친구 덕분에 이렇게 이 책과 나무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미, 저는 시적 복음의 축복을 받은 게 아닐까 싶네요.
삶과 생을 지배하는 혼돈과 우연, 그리고 준엄한 끝과 새로운 시작을 늘 기억하며 생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