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부터 출발해 글방 친구들로 향하는 글쓰기
이번 삶예글방 뒷단을 적어가면서 내 글감은 대부분 가벼운 조깅에서 떠오른다. 글을 쓰기 위해 달리는 사람처럼 조깅을 할 때 내 머릿속은 ‘무엇을 쓰지?’로 가득 찬다. [자극]에 대해 험난한 글쓰기를 마치고 어떤 주제를 적어야 조금 더 편히 써질 까에 대해 부단히 고민했다.
주문을 외웠다. 마침 한쪽 다리에 힘이 이상하게 더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한쪽 팔에만 힘이 쏠려 가끔 털어줘야 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렇게 나는 [불균형]을 세 번째 단어로 집어 들었다.
많은 불균형을 생각했다. 좌우 불균형, 앞뒤 불균형, 근육의 불균형, 관절의 불균형, 달리기와 보강운동의 불균형, 운동과 쉼의 불균형, 그리고 일과 휴식의 불균형 등 표현하고 싶은 불균형이 많았다. ‘내 글을 통해 이 불균형들의 오해를 모두 풀어주겠어.’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일까? 글의 개요를 힘겹게 작성했지만 갈아엎을 수밖에 없었다. 난잡하기 그지없었다. 내 글을 가장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 자신도 ‘얘 뭐라는 거야?’라는 마음이 들었다. 출발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솔직하게 쓰자.’라는 마음가짐과 다르게 자꾸 거짓되게 적었다. 그저 보이기 위한 가짜 시작을 만들었다.
과감히 백스페이스를 눌렀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더 솔직한 글, 내게 편한 글을 적을 수 있을까?’
떠오른 것은 삶예글방 합평 모임이었다. [자극]을 쓰며 어려웠던 점을 고백했다. 피드백을 받고도 외면했던 마음 또한 털어놓았다. 글친구들은 이런 나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했다. 그중 한마디가 떠올랐다. ‘글 친구들한테 알려준다고 생각하고 써봐요.’ ‘이거다’ ‘이 마음으로 써야겠다.’ 소화제를 먹은 것처럼 글이 진전되지 않아 생긴 마음의 응어리가 내려갔다. 글 친구들을 생각하니 안정감이 생겼다. 솔직하게 적을 용기가 생겼다. 서투를 용기도 생겼다. 그리고 또 한 마디가 떠올랐다. ‘수연님이 다루려고 하는 단어의 범위가 넓어서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뜨끔. 이번 불균형에도 내 욕심이 많이 담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불균형의 크기를 줄여야 했다. 한 번에 하나의 불균형만 담고, 아쉬운 부분은 꾸준히 글을 쓰면서 차차 다루면 되는 노릇이었다. 솔직하고자 하는 마음, 조금은 덜어낼 용기를 친구들로부터 떠올리고 난 뒤 나의 손가락은 키보드를 더 경쾌하게 두들기게 되었다.
마음 편히 적었지만 아무래도 마감의 압박을 경험해서일까? 조금은 부담감이 있는 글쓰기였다. 끝났다는 해방감은 있었으나 잘 쓴 글인지에 대해선 확신이 전혀 없었다. ‘썼으니 됐다.’라는 마음이 가장 앞서 있었다. 안도감을 가지고 하루를 보내던 와중, 나은 님으로부터 카톡 메시지가 왔다. ‘헉, 또 수정해야 하는 건가? 싫은데...’ 우려를 하며 연 카톡 어플. 상상과는 다른 연락. ‘수연님 이번 글 대박이네요.’ 내 머릿속에 물음표가 떴다. ‘잘 썼다니? 정말인 건가?’ 나은 님은 또 한 번 내 마음에 감동의 물결을 일게 만들었다. ‘와 진짜 지금까지 읽은 운동 관련해서 쓰신 글 중에 제일 좋아요. 너무 자연스럽고 철학적이고 문장도 멋지고.’ 내가 설정한 독자인 글친구에게 이런 평가를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한 순간이었다. 동시에 방향도 생겼다. 나로부터 출발해 글방 친구들로 가는 글의 방향을 유지해 보자는 목표가 생겼다.
글이 업로드되었다. 그리고 글방 친구들의 댓글이 달렸다. 가장 두근거리는 순간이다. 이번엔 또 친구들이 어떤 감상을 얻었을지 궁금했다. 댓글 상자를 열었고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불균형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얻었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우사인 볼트의 척추 측만을 처음 알았다는 댓글에 웃음이 나왔다. 내 불균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그 와중에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내 글에 이런 힘이 있음에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시선의 확장까지 보였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나보다 내 글을, 아니 어쩌면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음에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댓글을 쭉 읽어 나가고 한 번 더 다짐했다. 나로부터 출발해 글방 친구들로 향하는 글을 적자고 말이다.
다음 글은 [젠더], [성별]과 관련된 글을 적어보려고 한다. 대선을 경험하며 원래 가지고 있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젠더 갈등의 시대, 이 강을 남성으로서 어떻게 건너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며 살고 있다. 애인, 친구, 가족들과 내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근엔 애인의 손 내밈으로 함께 페미니즘 책도 읽고 있다. 그다음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를 고민했다. 글로 써보자는 결과로 이어졌다. 젠더를 운동과 함께 생각해 보면 나 그리고 글방 친구들도 한 번 더 새로운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두렵기도 하고, 여전히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써보기로 한다. 쓰고 싶으니까 그리고 이야기 나눠보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