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는 목소리를 위해
우리라는 말 뒤에 지워지는 목소리들이 있다.
형태조차 없어지는 목소리.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의 존재는 지워진다
마치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들처럼.
영영
목소리.
혼란스럽다. 너도 나도 목소리를 외치기 바쁜 사회 속에서, 나의 목소리만 옳다고 이야기하는 사회 속에서. 어떤 것이 맞는지, 어떤 것이 틀린 지 구분조차 어려운 사회 속에서. 수많은 목소리들이 얽힌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옳고 그름]은 누가 정하는 걸까?
목소리는 곧 자신이다. 나의 목소리에, 그의 목소리에,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나는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
너는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걸까 –
그렇다면 우리는?
내가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 어떤 목소리를 듣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나] 라는 존재. 나는 어떤 목소리를 내며 나아가고 있을까 – 나의 목소리는 들리기나 할까 – 그 속에 들리지 않는 목소리들이 있다.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들리지 않는 목소리들.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유독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궁금했다. 아무도 듣지 않는 전쟁터 속에 갇힌 아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죽어야만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궁금했다. 지워지는 존재들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가 늘 눈에 밟혔다.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무도 듣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 사회 속에서 지워진 목소리를 ‘듣는’ 사람. 자연스레 나의 꿈은 지워지는 목소리들을 듣는 사람이 되었다.
지워지는 목소리.
쉽게 지워지는 목소리. 힘을 가지지 못하는 목소리들은 [우리]에서 벗어난 사람들이다.
[우리] 라는 범주에서 벗어난 사람들.
사회에서 [우리]의 범주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너와 나는 다르기에, 너의 목소리는 지워져도 괜찮아 – 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아무리 소리쳐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들, 죽어야만 들리는 목소리가 있다. 왜 죽어야만, 목소리는 힘을 가질까? 죽어도, 반짝 – 하고만 힘을 가지고 결국 또 그들의 목소리는 사라진다. [우리]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
세상의 끝으로 –
세상의 끝에서.
세상의 끝에 놓인 사람들의 목소리는 처절하다. 나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지워지지 않게 함께 해달라고. 아무리 자신의 목소리를 외쳐도 들리지 않는 사회 속에서의 목소리. 다수에 속하지 못한 [소수] 사람들의 이야기. [소수] 라고 해서 지워지는 목소리들은 세상의 끝에 놓이게 된다. [우리]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사회는 세상의 끝으로 몰아넣기 바쁘다. 너와 나를 구분하기 바쁘다. 세상의 끝으로 몰린 사람들, 세상의 끝으로 내모는 사람들. 계속해서 너와 나를 구별하려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연대.
연대를 이루는 것. 그들과 함께 하는 것. 지워지는 목소리를 기꺼이 들으며 나아가는 것. 아무도 듣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마음, 연대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 나는 너와 함께 한다고, 혼자가 아니라고. 세상의 끝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렇게 한 명씩 한 명씩 보듬어 나가고 손을 잡으며 나아가는 것.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목소리들을 들으며 함께 하는 삶을 만들어 내는 것. 연대의 삶을 이루고 싶다.
연대의 삶을 이루어가며,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길
서로를 귀 기울여 줄 수 있길
그렇게 함께 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