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의 재미는 땀방울에 맺힌다.
내가 일하는 센터 킵의 2주년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렇다는 것은 내가 퍼스널 트레이너에서 그룹 트레이너로 변모한 지 꼬박 2년이 되어간다는 뜻이다. 그동안 솔직히 먹고사니즘을 예전보다 덜 고민해 왔다. 세상을 둘러보는 것에 정신이 팔려 현실에 대한 걱정은 둘째로 치부하며 시간을 보냈다.
최근 현실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가족들과의 대화, 애인과 그려갈 미래 등으로부터 내가 현실을 돌보지 않아 왔음을 조금은 깨달았다. 분명 나는 조금 더 사람다워졌다. 성숙해졌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전처럼 팔리는 사람으로부터는 거리가 멀어졌던 것 같다. 조금은 팔려야 사랑하는 이들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노력하기로 결심했다. 노력의 일환으로 브랜딩 클래스를 듣기 시작했다. 브랜딩 클래스에서는 여러 예시들이 나왔다. 그러면서 선생님의 단어 중 하나가 귀를 끌었다. '재미'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계속 맴돌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콘텐츠보다 조금 더 깊은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재미가 뭐지? 아니 특히 운동에서 재미는 뭐지?’
'재미'를 떠올려보았다. 재미를 떠올렸더니 '웃기다'라는 동사가 떠올랐다. '깍깍' '낄낄' 등의 의성어도 생각났다. 재미있는 건 웃긴 걸까? 조금 더 생각해 봤다. '재미'라는 표현을 붙이는 다른 상황들을 생각해 봤다. 재밌는 영화, 재밌는 드라마를 떠올렸다. 이렇게 떠올리니 재미=웃김은 아닌 듯했다. 스릴 넘치는 영화를 보고, 스토리가 탄탄한 드라마에 우리는 '재미'를 붙이곤 한다. 그것이 웃긴 내용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자연스레 생각의 초점은 수업 현장으로 흘러간다. 나의 수업이 재밌다고 해주는 회원님들의 말과 표정이 떠올랐다. 나에게 재미를 말할 때 웃김보다 웃음 혹은 미소에 가까웠던 그들의 표정이 순간 보였다. 그렇게 말한다.
“수연샘 오늘 수업 힘들었는데 재밌었어요!”
회원님들이 움직여 만들어낸 그날의 그룹운동 무대를 떠올려본다. 열심히 앉았다가 일어난다. 최선을 다해 밀고 당긴다. 눕고 돌고 일어나고 뛰고. 50분의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게 열심히 움직인다. 이마에선 굵은 땀방울이 흐르고, 입에선 거친 숨들이 터진다. 근육들은 지쳤다는 표시를 떨림으로 전한다. 이 무대를 보고 떠오르는 단어는 재미보단 고통이다. 하지만 회원님들의 입에선 재미라는 말이 나온다.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현장의 그림, 그곳에서 재미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렇다는 건 재미는 고통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힘든 상황을 나 스스로 견뎌냈을 때 거기서 오는 성취감, 그곳에서 재미가 슬쩍 고개를 내미는 것이다. 웃긴 것만이 재미있는 것이 아니다. 운동에서의 재미는 스스로 운동의 고통을 이겨냈을 때 생겨날 수 있다. 재미는 그렇게 우리의 땀방울에 맺히는 것이다.
회원님들의 무대에서 벗어나 나의 무대로 옮겨와 본다. '내 운동의 재미는 어디에 맺혀 있을까?' '재미'라는 단어가 절로 나오는 순간을 생각해 본다. "오늘 운동 재밌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때를 떠올려본다. 내가 내 몸에 귀를 기울여 원하는 자세를 만들었을 때, 운동에서 풍성한 감각이 느껴졌을 때 나는 재미있다고 외치고 있었다. 내 성장이 느껴졌을 때도 재밌었다. 그리고 나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잘하는 사람들과 어떤 공동의 운동 목표를 달성했을 때도 내가 한 운동에 재미가 있었다. 땀방울에 맺힌 재미는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나의 재미도 이렇게 다양하다면, 다른 사람들의 재미도 각자의 개성 있는 모양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귀를 끌었던 한마디 말로 되돌아온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재미라는 단어에서 웃김은 지워지고 땀방울이 남았다. 재미를 정의 내리기보단 다양한 모양의 재미가 있음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결국 재미있는 콘텐츠라는 것은 내가 표현하고 싶은 콘텐츠이지 않을까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내가 느낀 운동의 재미를, 내가 가진 모양대로 표현해 보는 콘텐츠를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모양에 맞는 오목볼록을 가진 사람이라면 나와 함께 운동의 재미를 느끼는 무대를 꾸며 가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지며, 내가 생각하는 재미를 세상에 노래하며 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