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에 나만의 정의를 붙여나가자
유독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 2주였다. 달려도, 걸어도, 차를 타도, 무엇을 해도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꼭 명사화된 단어를 쓰고, [불균형]을 썼음에도 괜히 제목이 2글자였으면 한다는 쓸데없는 고집이 더욱더 글을 못 쓰게 만들었다. 12주 삶예글방 뒷단의 마지막 글이 될 생각을 하니 괜히 맺는 글을 써야 할 것 같은 마음도 글쓰기 시작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벌써 마무리를 지을 순 없었다. 언젠간 책으로 만들고 싶은 내 운동 쓰기 작업이 6편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아쉬웠다. 분량도 턱없이 부족하고 말이다.
그렇기에 머리를 쥐어짰다. 단어 주머니를 짜면 단어가 줄줄줄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바닥부터 쭉 짜보았다. 요즘 내가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브랜딩 클래스가 떠올랐다. 그리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머릿속에 머물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바로 [재미]를 쓰자고 마음먹지는 않았다. 단어 주머니를 짜고 또 짰지만 내 기준 상 6편에 어울리는 글감을 찾지 못했고 어김없이 다가오는 마감의 압박. 결국 [재미]를 쓰게 되었다.
여태 쓴 글 중에 가장 짧은 시간을 들여 썼다. 마감에 쫓긴 탓이 1번, 그래도 그동안 좀 생각했던 내용인 덕분이 2번. 하지만 동시에 꽤나 백스페이스 버튼을 많이 누른 글이기도 하다. 쓰기 시작했을 때와 쓰는 중간, 내가 생각한 재미가 사뭇 달랐다. 재미에 나 스스로 프레임을 씌워두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운동은 재미있어야 한다.’라는 시선에 대한 반감 때문일까? 재미는 웃긴 것이고, 재미는 하하 호호고, 많은 사람들이 재미를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단정 짓는 나를 발견했다. 하지만 재미있는 영화, 재미있는 드라마를 떠올리며 그 생각이 좀 깨졌다. 오히려 내가 재미를 단편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인정하고 또 백스페이스를 꾹 누르고 다시 글을 적기를 반복했다.
회원님들의 얼굴, 내 표정 등을 떠올리며 적었다. 그렇게 글을 마무리하고 나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요즘 내 글은 결국 ‘나만의 000을 찾으세요.’로 마무리되는 것 같다고 말이다. 상대주의, 허무주의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요즘 내가 그만큼 다양성을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이를 인정하고, 나와 다른 의견과 생각이 존재함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조금씩 내 몸에 배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차이와 다름 속에서 또렷하지만 변화 가능한 정수연만의 운동 단어장을 만들어가는 내 글들이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말이다.
댓글을 읽어나가며 조금 놀랐다.
‘수연님의 모든 글을 읽으면서 줄곧 느끼는 거지만, 무엇이든 자신만의 정의를 찾아가는 것 같아서, 그게 또 수연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아서 참 멋지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라는 도라님의 댓글에서 흠칫했다. 마음이 들킨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응원받는 느낌도 들기도 했다. 다른 댓글에서는 이번에도 언제나 그렇듯 또 힘을 얻게 되었다. 나의 성장을 관찰해 주는 삶예글방 글 친구들의 소중한 댓글을 보며 꾸준히 운동 쓰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게 되는 댓글 읽기 시간이었다.
예정된 삶예글방 뒷단, 12주의 시간이 저물어 간다. 쉽지 않았다. 고통스럽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글친구들, 그리고 독자분들의 응원과 지지 덕에 단어 하나하나에 나만의 정의를 붙여 올 수 있었다. 그렇게 이번 12주는 조금 더 정수연 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트레이너의 운동 쓰기]는 계속될 것이다. 운동하고, 읽고, 생각하는 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운동에 더 많은 의미들을 발견할 때까지, 더 많은 단어에 나만의 정의를 붙여나갈 때까지 정수연답게 쓰자고 다짐하며 12주 간의 글쓰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