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사히

날마다 작게 읊조리는 기도

by 삶예글방


나는 불교에 가까운 무교다. 고즈넉한 사찰의 분위기나 은은한 절간 냄새가 마음을 편하게 해 주기 때문에 좋아한다. 하지만 꾸준하게 다니지는 않는다. 그래서 불교에 가까운 무교라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은 ‘신은 존재한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기에 신의 존재를 믿으며 살아가야 한다.’라는 것이고 그래서 특정 신을 한정 짓지 않고 모든 신을 향해 기도한다. 그런 기도 중 출근할 때마다 생각하는 문구가 있다.


“오늘도 무사히”

출근하면 불특정 다수의 승객을 만나고 도로 위에서는 다양한 차량을 만나게 된다. 여러 가지 변수들을 마주하고 대응하면서 일을 하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아무런 이벤트 없이 무사히 퇴근하는 것을 기도하게 된다.


무사 無事


아무 일이 없다는 뜻이다. 한순간 방심하면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사고이기 때문에 아무 일 없이 일을 마치려면 늘 긴장하고 민첩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니다.


버스 기사가 되고 1, 2년 차에 크고 작은 사고들을 경험한 후로 '아, 운전 좀 할 줄 안다고 까불거리면 호되게 혼나는구나' 싶었다. 돌이켜보면 이전 회사생활에서도 업무에 자신이 붙을 때쯤 꼭 큰 실수를 했었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무탈하게 일을 하기가 참 어렵다는 것을 그때 경험해 놓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역시 인간은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실수하고도 깨닫지 못하는 것이 더 큰 실수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마지막 사고를 경험한 후로는 언제나 출근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오늘도 무사히” 참 간단한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해내기는 쉽지 않다. 날마다 반복되는 익숙한 업무지만 날마다 반복되지 않는 상황들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일까. 물론 경험이 쌓이면서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도 생겼을 것이다. 사소한 일이라도 경험해 본 것은 아무래도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고 그런 경험이 비슷한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이런 기도 덕분인지 하루의 업무를 수월하게 마무리 짓고 퇴근할 때면 감사한 마음이 든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할 수 있지만, 당연하지 않을 때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소소한 일상에서도 행복을 느낀다.


어쩌면 나는 행복에 대한 역치가 낮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평범하게 출근해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것에 행복을 느끼고 불행의 씨앗인 욕심을 내고 키울수록 인생이 고달파진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됐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행복이 별게 있나 싶다.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일이 행복한 것이 아닐까?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처럼 늘 마음을 괴롭게 만드는 것은 욕심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99를 가지고도 1을 더 채워서 100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언제나 불행을 자초한다. 기대하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기대할수록 그에 비례해서 실망의 마음도 커진다. 그저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그것을 지키고 누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뿐이다.


이렇게 아무 일 없는 하루처럼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나이를 먹는 만큼 경험도 늘어났고 이 일을 하면서도 참 많이 배우고 더불어 절대적인 존재를 믿으며 소원하는 기도도 한몫했을 것이다. 미미하지만 매일매일 빌고 있는 기도가 모여 행복하고 감사한 하루가 되었던 것은 아닐까.


늘 하던 대로 평범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마음속으로 낮게 읊조리며 또 출근을 한다.

“오늘도 무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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