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해드릴게

적당히가 참 좋지만, 이기지도 못할 것을 결국에는..

by 삶예글방

나는 술을 못 마시는 편이다. 유전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마시다 보면 는다던 술이 늘지 않았기도 하다. 그 때문에 적당히 분위기만 맞춰주거나 일찍 자리를 뜨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집에 돌아온 적이 많았다.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서 집에 돌아오는 길은 그저 술기운에 취해 조용히 자거나 아무 말 없이 그저 창밖만 바라볼 뿐이었다. 이건 승객이었을 때의 일이고 버스 기사인 지금은 사뭇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운행하는 B2/B4 노선은 대전 끝자락에서 출발하여 세종시를 관통하고 청주 끝자락에 도착하는 노선이다. 시와 시를 잇는 광역버스이고 비교적 늦게까지 운행하다 보니 술에 취한 승객들이 많다. 퇴근 시간이 지나고부터는 눈에 띄게 취객이 늘어난다. 취객이 늘어난 만큼 버스 기사인 나의 고달픔도 늘어난다.


일단 취객은 타는 자세부터가 남다르다. 얼굴만 벌게져서 보통의 승객들과 비슷한 모양새로 타는 건 양반이다.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도 주섬주섬 교통카드를 꺼내서 태그 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목적지에서 내리기는 할까?’ 하는 의문도 든다. 눈을 감은 채로 버스에 올라타거나 일행과 시끄럽게 떠들면서 타기도 한다.


일단 시끄럽게 떠들면서 탄다? 보자마자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선다. 취기가 올라서 주변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내 떠들기만 하는데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차내에서는 작은 목소리로 대화나 통화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멘트 방송을 여러 번 해도 소용이 없다.

화딱지가 나지만 꾹 참고 취객을 향해 한마디 내뱉는다.


“선생님, 한잔하고 기분 좋으신 건 알겠는데 여기 공공장소입니다. 조용히 해주세요.”

대부분은 이 정도만 해도 목적지까지 조용히 가는 편이다. 하지만 어디에나 예외는 있듯이 멋쩍게 듣는 척만 하고 조용해지는가 싶다가 다시 떠드는 경우도 있다. 그때부터는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 운행하는 내내 시달리게 된다. 다른 승객들도 포기한 듯 이어폰을 끼거나 애써 외면하며 스마트폰만 쳐다본다.


그리고 취객이 타서 풍기는 술 냄새도 무시 못 한다. 취객이 숨을 쉴 때마다 버스 안에는 진하게 술 냄새가 풍겼다. 아주 냄새에 취할 지경이다. COVID-19가 유행하던 시절 음주단속은 차량 내부 공기 중에 알코올을 감지한 후 측정기를 불었었다. 만약 버스도 세워서 단속했다면 나는 열두 번도 더 측정기를 불어야 했을 것이다.



그렇다. 애초에 술이란 것이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 주고 흥을 돋우거나 슬픔에 젖어 눈물이 나게도 하는 감정의 기폭제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만 살 수도 없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용하는 버스 안에서 내 감정만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지만, 나중에는 술이 술을 마신다. 술이 사람을 마셔버려서 이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대부분의 음주 사고는 이때 일어난다. 특히나 술을 마시고 하는 운전은 더더욱 심각하다.



2024년 기준 최근 5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음주 운전 교통사고로 인해 1,161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고 122,56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어차피 솜방망이 처벌이고 한 잔쯤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 도대체 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지에 대해 마음 깊숙한 곳부터 분노가 차오른다.


이 일을 하기 전에 대리기사를 1년 반 정도 했었다. 그때마다 손님께 지금 297만 원 아끼는 거라고 말씀드렸었다. 의아해하는 손님께 음주 운전 초범 벌금이 보통 300만 원이니까 대리비 제외하고 나머지를 아끼는 셈이라고 하면 대부분이 맞다며 맞장구친다.


이렇게 음주 운전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끄럽게 하고 잠이 들어서 종점에서 깨우기 힘들 정도여도 운전대를 잡지 않고 버스 손잡이를 잡은 승객에게 영화 대사처럼 “칭찬은 해드릴게”라고 말하는 것이다.


설마 실제로 승객에게 그렇게 말하겠는가. 속으로만 음주 운전하지 않고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것을 칭찬한다는 뜻이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고 함께 도로에 나서지 않아 줘서, 그렇게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아 줘서 고맙다는 뜻이다. 하지만 버스 안에서 조용히 가지 않고 행패를 부리는 건 얄밉고 또 얄밉다. 그러니 제발 술은 적당히 몸을 가눌 수 있는 정도만 딱 기분 좋을 정도만 마셔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제발.









차반 작가소개 최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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