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강, 아니 바다 (1)

책방 운영의 새로운 위기

by 삶예글방

2025. 8. 14


책방을 열고 나서도 계속 예약제로만 공간을 운영했다. 서점 사업자를 내고 책을 판매하게 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독서모임에 책 읽으러 온 친구들이 현장에서 사가거나 그 외에는 주문받아서 판매했다. 그러다 아쳅토 2주년을 맞아 감사주간을 갖고, 마치며 방학을 갖게 됐는데, 불현듯 정해진 시간에 공간을 손님이 있든 없든 지켜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워크인 운영, 그러니까 예약 없이 걸어서 방문할 수 있는 운영을 시도해 보기로 한 거다.


결심하고 얼마 되지 않아 수술을 하게 됐다. 가벼운 시술 정도라고 해서 2주면 충분할 줄 알았다. 그런데 책방 방학이 끝나고 복귀해야 하는 8월 첫 주, 나는 또다시 누워 지냈다. 그리고 긴급히 병원을 찾아 추가 시술을 받게 됐다.



2025. 7. 15


자궁 경부암 검사를 받았는데 문제가 있었나 보다. 조직 검사를 하자고 했다. 느닷없이 조직 검사를 하고 난 뒤 2주 후 찾았을 때, 자궁 경부암 전단계라고 했다. 전암단계 병변이라나. 수술을 해야 하는 단계라고 해서 방학을 2주로 잡은 것도 있다. 문제가 있다는 소견을 듣고 수술이 필요하다는 통보를 들었을 때, 일 걱정이 앞섰다.


"독서 모임은 어떡하지? 알바는?"

회복 기간은 어떻게 되냐고 물었을 때 담당 교수는 말했다. '아니 이 정도 시술을 갖고 회복 기간을 언급하는 사람은 처음 보네요.' 라며 암 전단계란 사실에 충격받아 수술을 걱정하는 환자에게 코웃음과 함께 면박을 던졌다. 무안했다. 불쾌하고 충격적이었지만, 회복을 논하지 말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로 받아들이고 감사하기로 했다.


사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발견한 것이 감사한 것과 별개로, 고민은 짙었다. 홀린 듯이 진단과 수술 일정까지 잡고 나왔지만, 수술을 하는 게 맞을까? 의문이 든 것이다. 마침 그 당시에 '어느 채식 의사의 고백'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 습관으로 충분히 건강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도 약물과 수술 치료를 권하는 현대 의술의 문제를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었다 보니 더욱 '진단 -> 수술'의 쉽고 빠른 결정과 진행에 회의가 들었다. 하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빨리 하지 않으면, 더 진전되면 자궁 전체를 드러내야 할 수도 있다는 무서운 말도 붙였기 때문이다. 자궁을 드러내는 수술을 하게 되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는 것도 두렵지만, 무엇보다 자궁의 수술 자체의 고통을 3년 전에도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같은 고통을 또 느끼고 싶지 않았던 게 가장 컸다. 불쾌하지만 응하기로 했고, 못 미덥지만 믿어야 했다.


혹 수술을 하게 되더라도, 담당 교수에게 빈정이 상할 대로 상한 나는 병원 자체를 바꾸고 싶기도 했다. 다른 병원을 가서도 검사해 보고 싶었지만, 질병 자체에 대한 정보가 너무나 부족했다. 진단서 자체도 시술 후에 끊어준다니 내 병명조차도 제대로 알 수 없던 것이다. 그저 며칠 전 읽은 책 구절이 절절히 가슴에 닿고 아리도록 공감이 되는 것이다.



내 몸이 열 개라면 의료인이 제시한 확률에 따라 세 개는 이쪽, 일곱 개는 저쪽으로 나아가서 제일 결과가 좋은 쪽을 고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내 몸은 하나뿐이라 길도 하나만 골라야 합니다. (⋯⋯) 스스로 모든 가능성에 대처할 수 있게끔 준비하려 했습니다. 준비라면 하나뿐인 몸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완화치료 병원을 검색하고, 남은 시간에는 다른 치료법을 조사하자. 그리고 밤에는 평소대로 일을 해야지. 몸은 하나뿐이지만 마음은 가능성에 따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요, 이런 방식은 사람을 무척 피폐하게 만듭니다. 확률별로 마음을 분할하면서 무언가를 결정하기란 그야말로 지난한 일입니다. 결국 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저는 이소노 씨가 말한 대로 "차례차례 들이닥치는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

병원에서 제시하는 '올바른 정보'란 어쨌든 3 인칭적으로 일반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환자 본인이 겪는 1 인칭적인 정보는 아니지요. 결국 '내가 어떻게 변하고 어떻게 느낄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저는 죽음과 직면하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돌변할지 모릅니다. 아니면 의외로 담담하게 있을지도 모르고요.

더 어려운 점은 암의 진행과 그에 따른 증상의 변화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는 것입니다. 제가 어떻게 변할지도 병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모르는데, 3 인칭적인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대체 뭘 정하면 될까요?

「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미야노 마키코, 이소노 마호 지음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병원을 다니며 검사를 받아보러 다닐 시간 여유도 충분하지 않았다. 워낙 긴급히 바로 수술 날짜를 잡았는데, 수술 전 적합 여부를 판단하는 이런저런 검사를 받는 게 바로 다음 주, 그리고 2주 뒤가 수술이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충분히 안심하고 믿을만한 의료진이 있을 병원을 찾고 예약을 해서 진료를 받기까지 얼마나 걸리게 될까. 몇 군데 수린에게 추천을 받아 문의를 해보니, 최소 진료 예약만 2-3개월이 걸렸다. 거리도 편도로 1시간 이상 걸리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병원 탐색을 포기하고 아쳅토 감사주간을 준비하고, 주문 들어온 책을 매입해 판매하고, 방학 전 마지막 독서 모임을 진행하고, 방학 이후의 운영을 준비하며 일하며 애매한 고민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수술 전날이 됐다. 그렇게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울며 겨자 먹는 심정이 뭔지 정말 알 것 같은 기분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2025. 8. 1


그런데 막상 수술을 해보니 현실은 달랐다. 온몸이 제 역할을 못했다. 몸통이 힘을 못쓰고, 끊임없이 잠이 쏟아졌다. 잠시만 앉아 있어도 아랫배가 아팠다. 신생아처럼 계속 잤다. 자고 일어나서 또 자고. 밥을 먹고는 약을 먹고 또 자고. 피도 계속 나왔다. 병원에 갈 정도인진 모르겠지만 더운 여름에 계속 생리대를 하고 누워 지내려니 피부가 다 일어나고 화끈거렸다.


분명 병원에선 4주간 목욕이나 수영,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 그리고 피가 생리할 때보다 많이 나오면 병원을 찾을 것. 그 두 가지 경고만 했다. 그래서 적당히 5일 정도 누워서 생활한 뒤 아르바이트를 갔다. 그런데 줄어드는 듯했던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 생리인가? 싶어 그저 생리주기를 기록해 두었는데, 며칠 후 병원에 수술 후 검사차 갔더니 출혈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피가 나온다 싶으면 활동을 멈추고 가만히 쉬셔야죠"라고 했다. 많이 걷는 게 안 좋다고 했다. 왜 말해주지 않은 것인가. 수술 후에 얼굴 한번 비치지 않고 결과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던 사람이 당연한 걸 왜 모르냐는 식으로 말할 때 정말 억울하고 불쾌했다. 무례하게 대하는 의료진에게 당당히 친절한 태도와 충분한 설명을 요구할 새도 없이 또 다음 진료자를 위해 진료실에서 급히 약물 지혈을 받고 거즈를 가득 넣은 채로 쫓겨나다시피 나왔다.


그리고 이튿날, 멈추어 가던 출혈이 또 시작 됐다. 이번엔 더 많은 피가 쏟아졌다. 생리인지 하혈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수술했던 병원으로 가자니 어차피 담당 교수의 진료 휴진일이고, 택시를 타고 다녀와도 왕복 한 시간이다 보니, 동네에 가까운 여성의원으로 갔다. 우선 출혈이라면 지혈이 우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친절한 태도와 정성껏 진료하며 상세히 설명해 주는 원장의 태도가 좋아 큰 일(?) 외에는 주로 찾던 곳이었다. 너무나 자세히 지금 내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진단해 주며 내가 걱정했던 부분과, 자신도 같은 증상으로 수술을 했다며, 공감해 주고 고충과 조심해야 될 상황들을 설명해 주었다. 어찌나 감사하던지. 다정한 진찰과 처치로 레이저 지혈 시술을 받고 돌아왔다. 덕분에 궁금했던 것들을 충분히 물어보고 답을 듣고 올 수 있었다. 기분 좋은 경험과는 상반되게 레이저 지혈 시술은 마취 없이 진행되어 매우 아프고 괴로웠다.


도대체 회복이랄 게 필요 없다던 말과는 전혀 다르게 나의 몸은 철저히 회복을 위한 휴식을 요구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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