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의 기쁨과 슬픔
2025. 3. 19
자영업을 시작할 때, 혼자 시작하는 게 좋을까, 동업으로 시작하는 게 좋을까?
다름다움* 초판을 읽고, 수린과 나의 관계를 알고 난 사람들은 놀라워했다. 그리고 가족끼리 동업 괜찮냐는 말도 많이 듣곤 했다. 아무리 작게 시작하더라도 동업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실제로 전에 아빠가 가족과 동업을 시도해서 이런저런 작고 큰 문제가 생겼던 걸 여러 번 봤던 나는 그 이야기 또한 너무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은 것 같아, 작년 여름 하정작가님의 망원동 작업실에서 ‘동업’에 대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왔을 정도다.
✴︎ 다름다움
책방지기 나은이 헤어살롱지기 수린과 동업으로 망원동에 '책 읽는 비건 미용실' <아쳅토>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와, 아쳅토의 철학이 된 백제시대의 미학과 고대 여성 철학자 히파티아 이야기를 같이 엮은 예술 철학 에세이 「다름다움」을 독립출판으로 냈다. 2023년 아쳅토를 시작하고 아쳅토에 온 손님이자 나은이 사랑하는 저자인 '하정' 작가가 책으로 써볼 것을 추천해 준 것에 용기를 얻어 써보게 됐다. 현재 책은 품절 상태로, 독립출판축제인 「블리셔스테이블」에서 판매했다. 아쳅토에 한 권 남아 책방 이용하면 읽어볼 수 있다.
일 뿐 아니다.
삶을 살아가는 데에도 혼자 살 지, 함께 살 지, 선택은 늘 따른다.
혼자가 좋을까 함께가 좋을까?
아침에 법륜스님의 행복 TV 영상 클립을 봤던 게 생각난다.
혼자 살 거냐
결혼할 거냐
그건 절대로 선택이 어려운 게 아니에요
인생에는 답이?
없다.
뭐만 있다?
선택만 있다.
선택이 어려운 것은
선택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선택에 대한 책임을 안 지려고 하기 때문에 선택이 어렵다.
혼자 살 거냐
결혼할 거냐
그건 절대로 선택이 어려운 게 아니에요
혼자 살려면 이러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고
결혼하면 이러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
근데 그 좋은 점만 다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면 선택이 어려운 거예요.
그러니까 혼자 살려면
여러분들이 제 성질대로 살아도 되는 대신에
다시 말하면 다른 외로움이 따르고
결혼해서 같이 살려면
서로 돕고 좋은 점이 있는 반면에
제 성질, 카르마를 고쳐야 돼요?
성질대로 살아야 돼요?
고쳐야 돼요. 상대에 맞게, 상대에 맞춰야 돼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제 성질대로 결혼해서 살고 싶잖아요
그래서 갈등이 생기는 거예요
그러면 결혼하려면 자기가 아무리 뜻이 그렇고 아무리 성격이 그래도 맞춰야 돼요
그러니까 그걸 안 변경시키고 선택을 하면 그건 잘못된 선택이에요.
그런 데서 선택이 있고
선택에 따른 책임이 있다.
동업의 슬픔. “냉정한 평가단이 되어주다.”
회사를 나와 상사가 사라지고 개인으로서, 각자가 사장이 되는 작은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니 일에 대한 피드백이 절실해졌다. 주체적 선택이 전적으로 주어지니, 불안함이 찾아오기도 했다. 이게 맞나? 잘하고 있는 게 맞을까? 완전한 결정권은 완전한 책임을 가져온다. 서로가 서로에게 첫 고객이 되어주는 일은 그래서 간절했고, 귀한일이 되었다. 다른 일을 함께 하는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였고 기회였다. 자기 일에 매몰되다 보면 잘하고 있는 것도 무뎌지고, 문제로 향해 가고 있는 상황도 놓치기 쉽다. 그리고 거기에 자율성이 전적으로 씌워지다 보니 자존심만 세져서 고집을 부리기도 쉬워지는 것이다. 게다가 서로가 각자의 일에서 경력이 나름 몇 년씩 되다 보니 최대한 조언도, 간섭도 하지 않는 게 미덕인가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다른 두 사람이 한 배를 탄 이유도 보람도 걷어차는 일이었다.
아쳅토에서 읽은 책 이야기를 팟캐스트로 연재해 보기 시작했을 즈음이었다. 말 주변이 좋은 나는, 혼자 혹은 초대 손님을 모셔 이런저런 책 이야기를 녹음해 올리곤 했다. 수린은 귀가 밝다. 듣는 것에 강하다. 자연스럽게 한 편 한 편 올릴 때마다 그녀에게 가장 먼저 감상평을 구했다. 처음에 의견을 줄 때에는 그저 고마웠다. 순수한 감탄이 섞인 감상도 많았기 때문에 큰 힘도 됐다. 가까운 사람이 만족해 주는 콘텐츠라는 생각에 안도감도 있었다. 그러다 음질에 대한 부분, 말의 속도와 텐션, 분위기까지 디테일한 의견이 더해지자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열악한 상황에 이 정도 해내는 것도 용하지 않나? 뻔히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 잘 알면서..’
‘그렇게 잘 알면 네가 한번 녹음과 편집 일 해보지 그래..? 이만큼 해내는 것도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말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고 항변하듯 내 상황에 대해 호소했다. “지금 이미 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걸,,!” 그리고 볼멘소리로 투덜거리기도 했다. “이 이상 개선이 가능할까? 좀 힘든데,,” 하지만 볼멘소리도 잠시, 호소도 잠시, 한번 들은 피드백을 못 들은 것으로 하기 힘든 성격 때문에, 그리고 잠시 일렁이던 감정을 돌봐주고 나면 보이는 ‘참’인 문제들 때문에 곧 개선을 시도해 보고, 문제를 해결해내곤 했다. 그리고 대체로, 피드백을 두세 번 이상 주고받으며 개선하다 보면 처음 버전보단 늘 나아진 상태로 게재할 수 있었다.
동업의 기쁨. “서로에게 첫 고객이자 충성 고객이 되어주다.”
수린은 책방에서 여는 독서 모임에서도 첫 고객이 되어주었다. 초기 회차들을 지내며 제대로 호스트다운 면모가 보인다며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같이 참여하니 구조와 동선상의 문제를 먼저 인식하고, 구조를 바꿀 아이디어도 미리 구상해 둔 후에 나에게 조심스레 제안을 주기도 했다. 책을 올려두기 좋은 고가구를 구해오겠다며 당근마켓에서 줄 서기와 구애를 열정으로 해서 나눔 받아오기도 했다. 좁은 공간에 책이 채워져 가고, 서가가 비좁아지자,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근처에서 주인 잃고 방치된 책장을 찾아 주워오기도 하며 물심양면으로 돕고 채워주었다.
헤어살롱의 고객으로서의 나는 어떠했는가? 아주 까다롭고 난이도 높은 고객이다. 머리숱도 많고, 반곱슬에 바라는 방향도 또렷하다. 의사표현이 확실하지만 길들이기 쉽진 않은 모질을 갖고 있어 난이도가 상당하다. 그런 나에게 비건 염색이나 펌, 클리닉 등의 처음 선보이는 약품과 디자인을 모두 체험 시술을 했다. 헤어살롱의 모든 가꿈의 첫 고객이 되곤 했다. 본격적으로 아쳅토 헤어살롱을 운영해 오면서도, 고객에 대한 그날의 회고를 하고 메모할 때 수린은 늘 나를 기준으로 난이도 업다운을 묘사한다고 한다. 향과 촉감에 심히 민감하고, 지독한 미용실 유목민으로 지내온 나에게 같이 공간을 오픈하기 전부터 자기주장에 스타일에 대한 호불호도 강력해서, 도통 살롱지기가 순순히 제안하는 대로 쉬이 따르지도 않는 손님. “왜?” “왜 이 모양을 권하는 거야?”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지금 바르는 건 어떤 거야? 원료가 뭐지?” “아 조금 머릿속이 따가운 듯한데 왜일까?” “이 도구는 이런 소재 말고 다른 더 지속가능한 소재로 대체할 순 없을까?” 끝없이 물어보는 연쇄 질문마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언어의 민감도도 높아서 오가는 말에도 많이 피드백을 주고받았으니 여간 피로한 고객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섬세하고 난이도가 있는 손님이 오더라도, 속으론 진땀을 빼고 조금은 지칠지 몰라도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의연히 어떤 돌발 상황에도 문제적 머리상태들을 잘 가꾸어낸다. 내가 초반에 가장 자주 의견을 줬던 건 가꿈 속도에 관한 것이었는데, 얘기할 때는 속도와 퀄리티를 교환할 순 없다며, 그 부분만큼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저항의 톤으로 거부를 할 때도 있었다. 그래놓고는 이후 며칠이 지나고 스스로 가꿈 과정을 더 연구하고, 분석해서 가꿈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고 시간의 단축을 만들었다며 공유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찌나 기특하고 멋지다는 감동이 몰려오는지. 내 자식도 아닌데 엄마 미소가 절로 나와버린다. 그리곤 또 나는 그녀를 한번 더 존경하게 된다.
첫 고객으로서 잔소리군단과 고된 고객의 역할만 하는 건 아니다. 신랄한 비포애프터를 마음껏 초상권 없이 넘겨주는 모델 역할도 열심히 한다. 신제품과 약품 테스트는 물론이다. 이 모든 과정이 별도 모델을 쓰려면 비용이고 헌데 조금이라도 더 아낄 수 있고, 더 깊이 있는 제품 체험과 가꿈 과정의 분석이 되어서 결과적으로 헤어살롱을 찾는 고객이 더 만족스러운 변화를 경험하고 갈 수 있게 되니 좋다. 부수적인 비용을 절감하게 되면 결과적으론 고객이 경험하는 가치의 비용을 거품 빼고 제시할 수 있게 되니 모두에게 지속가능 하다. 잦은 머리 가꿈으로 늘 신선한 헤어스타일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나도 당연히 길게 보면 최고의 복지 아닌가. 수린도 북살롱의 첫 입고 책들을 가장 먼저 만난다. 그리고 책방지기의 책 처방을 무제한으로 언제든 받을 수 있고, 1:1 북토크도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가능하다. 그 또한 그녀가 만족해하는 복지일 거라 확신한다.
예상치 못한 피드백, 지적을 듣고 자신의 정성 어린 노동에 문제를 알게 되는 건 분명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내 모든 노동 활동에 내 시간과 가치관, 에너지와 인격이 담길 수 있다고 해서 내 일이 내 인격과 동일시되어선 안 되는 것이다. 분명한 구분이 필요하다. 그것을 구분 짓지 못하게 되어 개선에 대한 거침없는 칼날 같은 의견이 날아올 때 울컥하게 되는 나를 만날 때도 여전히 있지만, 곧 서로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이야기를 건넨다.
“내가 더 잘할게.”
10만큼 다 반영은 못하더라도 7 정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고맙다고 덧붙이며.
때론 그 어떤 칭찬보다 객관적인 평가로 정신 못 차리게 맵기도 하지만 기꺼이 헤아릴 수 있는 의견을 주고받을 때마다 서로에게 더 가까워지고 고마운 마음과 믿음이 커지는 것은, 그 속에 참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향하는 사랑과 애정, 또 간절히 잘되길 바라는 마음. 가장 좋은 것을 아쳅토에 와주는 이에게 전했으면 하는 마음을 헤아리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우린 매일, 서로가 서로에게 첫 고객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