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와인 포트럭파티 행사를 돌아보며...
2025. 8. 28
아쳅토 이웃집 <코멘터리사운드>라는 와인바와 협업해서 [책과 와인 포트럭파티]라는 마실것도, 먹을것도, 이야기도 맛있게 음미하는 독서모임을 진행 했다. 아쳅토에서 매 월 넷째주마다 하고 있는 비건 포트럭파티 독서모임에 와인이라는 맛을 덧입히려 시도해 본거다. 옆집끼리 오래 살아남아보자는 의기투합도 있었다.
우연히 책방에서 심야 북살롱 독서모임을 마치고 집에 가려고 분리수거하러 내려갔다가 와인바 사장님을 만났다. 지금 3주년 기념 파티 중이니 들어와서 잠시 와인도 한잔 하고 케이크도 먹고 가라고 하셨다. 조금은 피곤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축하의 마음을 담으며 눈으로 공간을 훑다가, 문득 같이 이곳에서 책 읽고 포트럭파티 해도 좋겠다! 생각이 나게 되어 축하와 함께 무턱대고 같이 포트럭파티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는 본격 회의를 거치고는 구체적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포스터를 만들고, 채널에 알리고 준비를 시작했다.
신나는 맘으로 준비를 시작했던 것과 조금은 다르게 행사 당일이 되어 실행하기까지 내적으로 외적으로 사고와 기회가 극적으로 여러 차례 오갔다. 이틀 앞두고는 위경련까지 와서 몸져 누워버렸다. 참석을 신청 했던 8명 중 4명이 갑작스런 변수와 여러가지 상황으로 불참을 알려오기도 했다. "정말 너무 무리해서 욕심을 내는 걸까? 포기하는 게 맞는걸까?" 몇 번이나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행사 당일, 있는 정신력과 버티는 힘을 다해 이곳 저곳에 난 상황의 구멍을 메우고 모임을 시작하고 나니 언제 고비를 만났냐는 듯이 행복해졌다. 정성껏 각자 준비해온 음식과 읽은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의 맛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촉촉해지기도 진중히 쳐다보기도 하는 눈빛에도 마음 가득 커다랗고 따스한 노오란 물 같은게 부풀어오르며 차올랐다.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표정들, 서로에게 감탄하기도 설득되기도 하는 대화의 순간을 그렸기 때문에 끝끝내 완주를 향해 간다. 생각하니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보길 참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든 것이다.
목표 달성 과정에 따르는 감정 곡선
크든 작든, 어떤 목표든 머릿속 상상과 기대로 시작해 실체를 만들어내고 완성이나 달성해내기까지, 크고 작은 굴곡을 만날 것이다. 머리로는 늘 알고 있었지만,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는 더욱이 그 굴곡을 낱낱히 마주할 수 있었다. 그래서 행사가 끝난 후 회고해보며 나의 목표 달성의 과정에 따르는 감정이 어떠한 패턴을 띄는 것을 '이제서야' 알아채고는 곡선을 그려보았다.
1. 기획 단계
어떤 것을 시도하겠다고 목표를 세울 땐 그 순간의 번뜩이는 발견과 상상, 그리고 이룰 장면을 그리며 관련 사례들과 구현 방식을 연결하며 기대에 감정이 마구 오른다. 그렇게 생긴 신나는 기분을 연료삼아 마구 추진한다.
2. 설득 단계
그림에는 넣지 않았지만, 이 기획이 실체를 향한 과정에 발을 딛기 시작하려면 관계자들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내부 관계자든, 같이 만들어갈 상대방이든, 그 과정간 바빠질 나의 생활에 영향을 받을 가족이나 연인, 친구가 될수도 있을테다. 여하튼 누구도 설득할 필요 없고 누구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을 기획이라면 (그럴 일이 존재할 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자기 자신만큼은 확실히 설득하면 되겠다. 생각보다 이 때부터 은근 에너지가 들어간다. 하지만 나는 기획 단계의 파워신남 에너지로 설득을 곧 잘 해나가는 편이다. (사실 설득이 어려울 것 같은 기획은 실행을 보류하고 기회를 살피는 편이기도 하다.)
3. 준비 단계
본격적으로 많은 에너지와 집중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목표의 그림을 나 혼자가 아닌 모두가 쉽고 끌리게 알아볼 수 있게 가다듬는다. 이 때 언어화하고 시각화 하는 능력은 필수다. 이 과정에서 아주 예민해진다. 그리고 어느 정도에서 만족해야 할 지 너무나 많은 고민을 한다. 무한 자기 검열이 시작 된다. 보는 눈만 커져서 더 문제다. 매타인지를 키워서 조직의 규모와 예산, 수준의 한계를 어느정도는 인지하고 가능한 선에서 타협도 필요할텐데 좀처럼 그러지를 못한다. 이 때 욕심을 낼수록 큰 시간 계획에서 지체가 생기곤 한다. 아주 흔히 일어나는 경우다. 스스로 늪에 빠졌다 잠수타고 회피하기를 반복하기 시작한다.
4. 위기
이것은 단계에 넣지 않았다. 누군가에겐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에겐 느닷없이 단계라는 체계적인 외형 없이 슥슥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이번엔 내부적인 위기였다. 갑자기 몸이 아파지거나, 지난 주 사생활실록에 적은 것처럼 운영상의 위기를 맞이한다거나, 하는 그런 작고 커다란 위기 말이다. 온 신경을 갑작스런 위기 상황에 집중하며 생체가 돌아갔는지, 소화도 못해내고 위엔 경련이 심하게 왔다. 아프니 잠도 못잤다. 기본적인 동물이 해야하는 순환에 온통 문제가 생겼다. 이럴 땐 위기 자체를 어서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나아질 기미를 찾을 수 있다면 감정의 위기까지 더해지지 않도록 (절망 내지는 인생비하, 운명론 등의 감당 못할 수렁으로 빠지지 않도록) 아침에 일단 눈뜨자마자 햇빛을 보고, 가볍게 걷고, 나무 천장을 보고, 그 뒤의 하늘을 본다. 그리고 중얼대며 걷기도 하고 아프면 빠르게 병원을 간다. 약을 타 먹는다. 누워서 생각으로 일을 진전 시킨다.
5. 희망 단계
응원 해주고 위로 해주는 책 친구들, 연인이나 가족의 손길과 목소리에 잔뜩 귀 기울인다. 마음껏 고마워한다. 그리고 이럴 땐 그냥 힘들다고 솔직히 말해야 한다. 전엔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젠 안다. 나 홀로 나를 돌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서로가 서로를 돌보아 줄 때 한결 우리는 튼튼히 설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 시기엔 부드럽고 따스한 호박죽 같은 사람들을 찾고 매달렸다. (실제로는 그저 죽어가는 소리로 아팠다는 이야기, 운영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웃으며 털어놓는 정도다. 하지만 이것도 나에겐 매달려 울고불고 하는 어린애의 몸부림처럼 느껴진다.) 이 지점에서 예상치 못한 고마운 손길도 나타났다. 뉴뉴 라는 문화 큐레이션 채널에서 이번 행사를 <이번 주 주목할만한 행사>로 소개해준 것이다! 덕분에 신청자도 생기고 팔로우도 늘었다. 낙심 중에 온 동앗줄 같은 기회랄까.
6. 난관 단계
이 지점은 아마 모두가 마주하기 쉬울 것이다. 목표 달성률 70~80퍼센트즈음 왔다고 생각할 때, 예상치 못했던 변수를 만나는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여러 난관을 만났다. 신청 인원들의 급작스런 불참 소식을 듣는다든지, 갑자기 생긴 외부 프로젝트가 끼어들어와 중요한 문의 대응을 놓쳐 참석 희망자를 놓친다든지, 하는 그런 일들 말이다. 굴러 들어오는 복도 모르고 발로 걷어차버리고, 겨우 모은 복은 뚫린 구멍으로 흘려보내는 초조한 시간을 마지막에 급격히 연속으로 마주했다. 감정이 수직하락 한다. 모든 게 부질 없어 보인다. 그저 포기하고 땅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진다. 이런 난관에 나는 하나만 생각 한다. "내가 왜 이 것을 시작했지?" 무엇 때문에 이 목표를 세웠는지 생각하고, 그 이유가 소중하면 그저 버티는 것이다. 버티며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 버티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간다. 그러다 보면 정말 신기하게 어떻게도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작은 끈이 먼저하나 풀리기 시작한다.
7. 시작 (이거나 완주 이거나)
신기하게도 죽지 않고 살아서 목표를 완성 한다. 그림으로 그렸던, 상상과 망상으로 시작한 아이디어를 실체로 마주한다. 이 자체의 감격으로 잠시 멍해지고 정신은 아득해진다. 하지만 이내 시작한 행사를 끝까지 잘 마칠 수 있으려면 무한 집중과 기민함은 필수다. 도파민이 폭발한다. 코르티졸도 같이 폭주한다. 흥분과 긴장의 최고조.
9. 피로
갑작스런 피로가 찾아온다. 하지만 이 때 한번만 더 집중을 끌어모으자 마음을 다잡는다.
10. 결과
순간을 함께 누린 사람들의 얼굴을 오래 지켜본다. 눈에 마음에 고이 담는다. 집에 와서 돌이킨다. 다음엔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리고는 완주하는 순간에 나눈 이야기로 아이디어를 얻어 또 다른 기획을 시작한다⋯⋯ (정말?)
행사가 모두 끝나고 집에 와서 잠에 들기 전, 일기에 한 문장을 남겼다.
어떤 이벤트는 마치고 나서 시작 된다.
아니, 어떤 이벤트'든' 마치고 나서 시작 '한'다.
수고했어. 수고 많았어.
다른 목표의 시작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이번 행사의 감사한 마음과 기뻤던 순간들, 꼭 하나 하나 짚어서 담아두고 싶던 이야기들을 잘 포개 모아두자고 적은 것이다.
이제는 안다. 어떤 것을 하든지, 이루기까지의 과정이 언제나 예상보다 어렵다는 것을. 내 수준을 착각한 자신에게 원망스럽기도 하고, 계획대로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한탄하며 혼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선을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나고 나서 - 목표에 다가서고 나서 그것을 온전히 과정을 격려하고 보람을 누리는 시간의 여운도 주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기억할 것들, 그 안에서 내가 얻으려던 것들을 다시 톺아보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다음 기획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