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운동장, 가끔 만나는 운동장의 희소성
프로야구팬들에겐 그리 낯설지 않은 운동장, 우리 팀의 제2 구장이란 이름은 뭔가 매력적이다.
뭔가 소박하고 야구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도시에 마치 축제처럼 일 년에 단 몇 번만 함께하는 야구,
그 소소한 재미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결코 모를 운동장의 또 다른 매력이자 과거로 가는 통로다.
취재차 자주 갔던 포항야구장, 스포츠라면 축구가 익숙한 도시 포항에 위치한 야구장의 매력은 크다.
포항스틸야드의 응원가들이 야구장에서 울려 퍼지며 시작된 특이함, -대표적으로 "영일만 친구"가 있다.-
역시나 축구장에서 자주 봤던 해병대 장병들의 단체 응원과 함께 운동장 전체가 묘하게 다른 느낌이다.
이젠 너무 새 야구장에 많아지면서 더 이상 새로운 운동장 그룹에 넣긴 다소 민망하기도 하지만...
한 시절, 아담한 야구장으로 나름 최신의 시설과 친화적인 풍경들을 많이 품었다는 이유로 각광받았다.
대표적으로 외야의 잔디밭 관람석은 뭔가 치열하기보단 평화로운 야구장의 풍경의 상징과도 같다.
포수 뒤편 자리에도 관중이 앉을 수 있다는 걸 처음 보여줬고, 시카고의 리글리필드를 묘하게 닮았다.
운동장 외곽의 풍경은 또 어떤가, 작은 도시의 축제처럼 다양한 좌판이 있고 주변의 교통은 혼잡하다.
뭔가 야구가 축제로서 자리할 수 있는 절정의 분위기를 쉽게 구사한다. 가을야구가 아니어도 말이다.
이 제2구장만의 특이한 매력은 최근에 만들어진 울산 문수야구장에서도 마찬가지, 크게 다르지 않다.
야구장의 형태도 비슷하지만, 분위기는 더 비슷하다. 야구와 거리가 멀고 축구가 있던 도시란 점부터...
가장 오랜 전통의 팀, 삼성과 롯데의 제2 구장이란 요소까지 두 공간의 비슷한 지점은 근원부터 많다.
제2 구장의 야구는 운동장 본연의 맛과 매력을 예전부터 뿜어왔는지도 모른다.
NC의 홈구장으로 바뀐 뒤 이젠 새 야구장이 들어서면서 사라진 운동장이 된 마산구장의 과거 풍경은 유명하다.
외야에서 불판에 고기를 굽고, 여기저기 술판이 펼쳐진다.-물론 그러면 안 되겠지만, 옛 야구장의 풍경이니..-
자주 야구를 품지 못하는 도시의 이야기는 늘 이렇게 축제처럼, 잔치처럼 펼쳐지곤 했다.
과거의 제2구장 중 청주는 아직 남아있다고 한다면, 군산의 월명구장은 이제는 KBO와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
야구시장의 규모를 키운 신생구단의 등장과 함께 또 일부 지역에서는 제2 구장의 연고권 자체가 사라졌다.
물론 운동장 여건 자체도 너무나 열악하다. 프로 경기를 치르기엔 부족한 수준이란 한계도 있다.
프로야구의 2군, 퓨처스 선수들의 올스타전도 한때 치렀던 이 공간을 보며 부족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런 이벤트 덕분에 군산이라는 도시를 만나고, 경험할 수 있었다는 건 분명 제2 구장 경기의 매력이다.
하지만. 과거의 그 작고 낡은 야구장의 매력을 뿜어내던 공간의 이야기는 이렇게 사라져 가고 멀어져만 간다.
더 이상 낡음을 허락하지 않는 우리의 현실 앞에서 새로운 공간이 아닌 제2 구장의 경기는 만나기 힘들다.
새로 지어진 운동장이라 해도 수익성과 접근성, 구단과 지자체의 갈등으로 경기 숫자는 줄어들기 일쑤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야구의 시간, 작고 낡은 운동장의 야구. 그 경험은 운동장의 또 다른 매력이다.
많은 공감대를 받지 못하는 매력일지 몰라도... 너무 크고 자본화된 프로스포츠에 틈처럼 이는 자리한다.
올 시즌엔 특히 아예 없었던 제2구장의 야구, 코로나19 시대, 더욱 멀어진 야구는 이렇게 또 아프게 남는다.
쓰이지 않은 운동장, 제2구장에서 드러난 시대의 아픔은 깊다. 이 시대의 상징처럼 텅 빈 운동장...
제2 구장의 오늘은 서글프다. 사라진 운동장의 오늘도 서글프다. 서글픔은 개인적인 건지 모르겠지만,
사라짐은 모두에게 남겨질 터. 조금은 더 우리 곁에 함께했으면 좋겠다. 제2구장의 야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