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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원PD Nov 19. 2020

그래도, 오늘도, 야구는 있다

세상은 운동장, 드문 야구장의 11월 추억

한국시리즈 이동일인 오늘, 야구가 하루 쉬어가는 날이라 서운한 기운도 드는 하루.

가을의 끝과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느낌도 가득한 비까지 내리는 11월의 가운데,

비록 1,2차전을 치른 뒤 하루 쉬어가는 날이지만, 그래도 다양한 야구의 추억이 드는 날이다.

-고척에서 쭉 치르는 시리즈에 이동일이 뭐냐는 의견도 있지만, 일종의 휴식일 개념이니깐.-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2015년 11월 19일. 우리 야구 역사의 엄청난 순간이 함께했다.

도쿄돔에서 펼쳐진 프리미어 12 준결승,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상대로 거둔 엄청난 승리가 있다.

경기 시작부터 오타니에게 7회까지 완벽하게 끌려가며 0-3으로 무기력하게 지고 있던 우리 대표팀,

역사적인 순간은 9회초와 함께 시작된다. 내내 침묵하던 타선이 갑자기 무서운 힘을 발휘,

오재원부터 6 타자가 연속해서 출루에 성공하더니 이대호의 적시타로  4대 3 역전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 역사적인 순간을 난 현장에서 순수한 관람의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었다는 거.

-SNS에 사진을 올릴 때마다 일하러 갔냐는 질문과 부러움이 이어졌다. 일이 아니라 더 즐거웠다.-


당시 정규시즌 우승과 함께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던 삼성이 충격(?)의 준우승에 머물렀다.

늘 그러하듯 우승 특집을 준비했던 나에겐 행운(?) 같은 여유가 함께했고 휴가로 일본을 향했다.

야구 덕분에 얻게 된 휴식의 시간,  야구에 대한 은혜(?)를 갚는 차원에서 야구표를 예매한다.


일찌감치 예매한 티켓은 갑작스러운 일본의 일정 조정으로 꼬였던 일정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한일전으로 펼쳐진 준결승을 만나는 행운(?)-물론 7회까진 불행이었다.-을 만난다.


대회에 대한 어마어마한 기억은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역대급 한일전으로 남겨졌을 터.

그 현장을 심지어 취재가 아닌 순수한 관람을 위해 찾았기에 더욱 강렬하게 남겨져 있다.

야구 자체를 사랑할 수 있는 여러 이유는 있겠지만, 이런 경기를 본 소중함은 매우 드물기에,

11월이면 쉽게 만나기 힘든 야구의 기억에서 이 추억은 아직도 해마다 반보되는 야구의 기억이다.


반면, 늘 11월이면 야구로 바쁘게 보낸 시간으로 야구의 겨울을 조금은 덜 서운하게 만들기도 했다.

2010년대에 매년 반복됐던 삼성의 우승 순간, 그때마다 우리 회사는 우승 특집을 만들었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았던 11월의 야구 특집. 물론 이젠 2014년작 "1111"을 끝으로 아득하게 멀어졌다.

긴 정규시즌의 길이만큼이나 야구가 없는 날들에 대한 팬들의 아쉬움은 깊고 진하다.

우승팀이라면 가장 아름다운 엔딩을 만났지만, 그 아름다움만큼 그 기억을 재생하고 싶기 마련.

그런 이유에서 해마다 반복됐던 우승 특집과 시즌 정리 제작물들은 저마다 소중한 기억이다.

아직도 한 번씩 다시 보는 분들이 있고, 그분들에겐 이제 너무 먼 과거의 추억 소환이 돼버렸다.

'다시 이런 날이 올까'라는 푸념 어린 이야기와 함께 한 시즌 뒤 만나는 야구 특집의 기억,

삼성에게 비록 올 시즌도 우울함이 많았지만 그런 이유에서 오늘 저녁엔 소소한 행복이 함께할 듯하다.


안식년으로 쉬며 보낸 올 시즌의 끝, 다른 사람이 만든 우리 회사 야구 특집 다큐를 처음 보는 저녁.

오늘 저녁 6시 반엔 8위 팀, "삼성 라이온즈"의 시즌 정리 특집 "Blue Hour"가 방송된다고 한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까진 아니겠지만.

마침 한국시리즈조차 쉬어가는 날인데 야구팬들에겐 이 또한, 얼마나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유튜브로도 아마 볼 수 있을 듯하다. -'대구MBC news"채널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이 예정됐다.-

야구가 끝난 날이 가장 슬픈 날인 야구팬들에게 조금은 다른 야구가 함께하는 비 오는 11월 19일.


다소 우울한 팀의 시즌에 대한 소소한 정리가 왠지 우울함이 어울리는 날 함께한다. 본방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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