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운동장, 공간은 비어있어야 다시 채울 수 있다.
2020년, 아마 가장 이상했던 야구 시즌은 비교적 무사히 마무리됐다.
각 팀은 이제 마무리 훈련까지 마치며 올해 야구장의 기능을 모두 마친 시점에 이르렀다.
어느덧 시즌이 끝난 야구장, 그 빈 공간이 주는 그 공허함은 쉽게 표현하기 힘들다.
이 시기에 만나는 야구장의 풍경. 시즌과는 다른 모습이며, 늘 보던 계절과도 다르다.
겨울. 그 계절에는 거리감이 큰 종목인 야구란 점은 이 계절을 뭔가 더욱 쓸쓸하게 만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텅 빈 야구장의 계절은 그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이 계절의 야구장은 다가오는 새로운 시즌을 위한 시간이라는 점,
비어 있었던 시간이 있었기에 다시 채울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흥겨웠던 시간의 반대편에서 쓸쓸함이 가득하다면 다시 이 쓸쓸함이 흥겨움으로 이어진다.
-물론,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시즌 대부분이 쓸쓸했다는 점은 특이점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빈 야구장이 주는 묘한 매력도 만만치 않다고 말하고 싶다.
텅 빈 공간에서 떠올리는 야구는 행복하고 아름답다. 어쩌면 처절한 야구보다 더 나은 풍경이기에.
마음속으로 함께 즐기는 야구의 시간은 모두 강하고 화려한 팀과 플레이가 가득하다는 거,
야구장에 직접 가서 겪는 우울과 좌절, 아쉬움을 생각한다면 빈 공간이 주는 상상의 시간이 더 아름답다.
1990년대 언저리에 제작됐던 영화, "꿈의 구장"은 빈 야구장에 꿈이 가득 찬 스토리로 감동을 준다.
옥수수 농장을 운영하던 주인공이 환청처럼 들려온 계시에 의해 농장에 빈 야구장을 만든 무모한 시도,
꿈을 담아낸 과정은 그 완성도나 이야기의 연결 고리를 넘어 순수한 야구의 매력이 얼마나 큰지 전해준다.
공간으로 만든 야구의 시간은 매력적이다. 야구의 전설들을 환상처럼 만날 수 있는 공간의 힘,
야구장에서 우리가 만나는 감정의 가치는 매우 방대하고 아름답다는 걸 영화는 담백하게 풀어낸다.
그리고 결국 그 과정의 끝에서 주인공에게 실망을 주기도 했던 아버지의 과거와 다시 만난다.
젊은 아버지에 대한 이해의 시간을 가지는 순간, 젊은 시절의 아버지와의 캐치볼은 무척 매력적인 장면,
야구라는 시간을 향한 도전의 가치와 꿈을 이루지 못한 이들을 응원한 이 영화는 야구의 가치를 보여준다.
빈 야구장에서 우린 저마다의 만날 수 있는 야구의 다른 지점을 볼 수 있다.
가득 찬 야구장보다 어쩌면 더 많은 이야기가 담긴 야구장의 시간은 바로 지금, 이 겨울.
야구장으로 갈 이유가 없는 시기에 야구장을 향하며 야구장의 매력을 한번 더 생각한다.
올 시즌, 왠지 비시즌과 비슷했던 야구장 풍경이 마음 아팠던 2020년, 다가오는 2021년은 달라질까?
비어있는 야구장의 시간은 역시 어색하다. 빈 야구장에서의 상상은 가득 찬 야구장을 바탕에 둔다.
영화 "꿈의 구장" 촬영지에서 내년 여름 진짜 MLB 경기가 펼쳐진다고 한다. 꼭 만나고 싶은 순간이다.
야구장에서 볼 수 있는 여러 매력의 힘, 빈 야구장을 통해 더 많은 풍경을 기대해본다. 또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