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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원PD Jan 28. 2021

영원히 잊힐 이름의, 야구장

시끄러운 겨울도 끝나가는 시간. 하나의 이름이 사라지다.

야구가 다가오면 봄, 어느덧 야구는 성큼 다가온 듯하다.

물론, 아직은 겨울의 끝을 이야기하기 이른 시점, 봄을 떠올리기엔 적절하지 못한 시기다.


겨울이라서 야구가 아쉬울 법도 했지만, 2021년의 시작과 함께 야구는 이미 뜨거웠다.

FA 시장이나 선수 영입과 같은 부분에서, 또 외국인 선수 영입에서, 조금 더 빨랐던 겨울,

선수가 연봉 조정에서 승리했고, 리그 최고 연봉 선수의 계약은 예상보다도 더 더디다.

예상했던 이름이 오는가 하면, 예상 못한 이적도 있었다. 겨울이라면 야구에 늘 있는 일.


깜짝! 놀랐다.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일도 펼쳐졌던 겨울이다.

우승이라는 타이틀도 익숙한 2000년대의 강팀, 리그에서 모기업이 탄탄한 쪽에 속했던 SK.

아픔이 가득했던 인천 야구에 위로로 자리했던 SK는 떠났고, 새로운 기업이 찾아왔다.

신세계라는 새로운 기업의 이름이 야구판, KBO 리그에 함께하는 첫 시즌이 2021년이다.

다가오는 봄, 야구에는 새 이름이 함께하는 신선함(?)이 기다리고 있다는 특징도 더해졌다.


여하튼. 이제 곧 야구장과 만날 시간이 다가오는 건 분명하지만 하나의 야구장은 사라진다.

공간의 형태와 틀은 그대로지만, 옛 SK를 바탕에 둔 네이밍부터 사라지게 된 인천 문학구장.


문학구장(정확한 최근의 이름은 인천 SK 행복드림 구장.이라고 해야겠다.)이 익숙한,

과거들이 떠오른다. 한국시리즈의 상대가 쓰던 홈구장이던 2010년대 언저리의 출장 기억...

첫 아시안게임 제작 참여에 공간으로 결승전까지 함께 했던 야구의 국제대회 제작 기억까지.


개인적으로는 참 많은 기억이 있던 공간이 "SK"의 홈구장, "인천"에 위치한 "문학구장"이다.

대부분의 야구단들이 유행처럼 했던 홈구장에 모기업의 스폰서를 뚜렷하게 넣는 최근 경향을 볼 때,

인천 SK 행복드림 구장은 그런 시대적 변화에 적절하게 또 뒤늦지 않게 따랐던 사례로 기억된다.

아직도 더 익숙한 이름인 개장 첫 네이밍, 문학구장을 뒤로하고 2015년부터 함께한 이름의 변화...

이름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 이런 변화는 하나의 야구장에 풍경이 바뀌는 결과로 이어진다.

더 이상 저 공간에서 과거 모기업의 컬러나 기업의 홍보물을 볼 수 없고, 그 풍경은 사라진다는 것.


더 넓게 나아가면 이제 우리에게 퍽이나 익숙해진 KBO 리그의 9번째 창단 구단은 사라진다.

아니 구단은 남겨지는 것이겠지.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구단의 이름으로 남겨졌다가 더 정확할 듯.

새 구단의 이름은 아직 안 정해졌지만... 그 이름이 익숙해지기까지는 또 꽤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새로움에 대한 받아들임이 어색하다면 어쩌면 더 이상 젊지 않다는 확정적 신호라 여겨진다.

흔히 말하는 꼰대, 가 된 것이겠지. 변화보다 익숙함을 좋아하는 구태의연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야구라는 종목이 주는 평안함에는 이 익숙함과 안정감이라는 요소도 무시할 수 없을 터.

늙고  낡아 보일지 모르는 이런 매력들을 떠올리면 SK라는 미래산업 기업도 어색함이 있었단 말이다.

인천에는 과거 무역, 해운회사부터 청바지와 라면, 또 화장품과 같은 회사들의 야구단이 이어졌다.

대기업이라서 기대를 모았던 한 팀은 살짝 스치듯 찾아와 서울을 가려다 경기도 주저앉기도 했다.


야구라는 이름 뒤에는 시끄러운 아픔이 많았던, 그래서 안정적 야구가 더 그리웠을 인천의 날들,

그래서 그 안정감을 안겨줬던 야구단에게 뭔가 정을 많이 준 듯, 평화롭게만 보였던 20여 년간의 시간,

끝이 이러리라는 예상은 쉽게 하지 못했고, 그래서 뭔가 허탈하고 허무해진다.


기업들끼리의 빅딜, 누군가의 니즈가 무엇인지에 대한 여러 효과와 우려에 대한 분석이 이어진다.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논의들이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이 거래의 과정에도 심지어 긍정적 요소가 더 많았을 것이라 믿어본다. 야구를 아끼는 마음을 바탕으로,

하지만. 익숙함이라는 요소에 가치와 야구를 기다리는 겨울의 마음에 단단함에 정도를 떠올리면...

인천에서 들려온 엄청난 야구의 변화는 아직 어색하다. 다소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영원히 사라진 이름의 팀과, 그 팀의 이름을 담은 야구장. 그 공간을 추억하며. 또 그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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