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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CI May 31. 2023

맨 정신

sobriety over morbidity





창작에 고통이 따라야 한다는 생각


을 믿지 않는다.


돌고 돌아오면 어린이들처럼 무념무상

그저 만드는 순간의 행복 밖에 없다.



사랑 상태


퍼포먼스 현장에서는

나도 모르게 사랑으로 존재하는 내가 된다.

나는 붓으로 뭘 쓰는 걸 좋아하는데

그걸 숨길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과 사랑에 빠진 상태의

나를 보며 사랑에 빠지고

나는 사랑에 빠진 그들과 또 사랑에 빠진다.

이렇게 사랑에 빠져있다 보면

영수증처럼 뿜어져 나온 작품들이

수북이 쌓인다. 


사랑 덩어리 상태의 나는

내게 가장 친숙하고도 멀었고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언제든 튀어나왔다.


그 상태에 기대는 걸 좋아한다.

기대는 건 나쁜 게 아니다.

어차피 그게 나다.



고추장 불고기


쇼가 끝나자마자

다섯 시간 차를 몰고

요세미티 근처로 캠핑을 갔다.

시댁 식구들은 하루 전에 먼저 와 있었다.


나는 고추장 불고기를 하기로 했는데

현장에 도착해 보니

고추장과 고기를 제외한

부재료만 챙겨 왔음을 깨달았다.


다행히 레미(큰 시누 친구)가 돼지고기와

고추장을 우연찮게 챙겨 왔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고추장 불고기를 만들었다.


내 인생은 대개 이런 식으로 흘러왔다.

내가 눈치채지 못한 순간에도 이런 식으로 흘러왔다. 

그래서 사막에 가면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돌고래


아침에 돌고래 꼬리를 잡고

바다 수영을 했다.

돌고래 몸을 지니지 않은 나는

물의 저항이 아프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돌고래는 나를 위해

시시각각 영법을 달리했다.

돌고래는 물과 나를 잘 알았기에

나를 다치게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랑마저 주었다.



Outlier


일론 머스크의 눈빛이 살아있었을 때 그를 잠시 좋아했다. 그는 언젠가 인간 의식의 확장을 위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흥분을 누르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머스크뿐 아니라 우리는 개별성을 띄고 있다는 것 자체로 인간 의식 확장의 잠재적 아웃라이어다. 아무도 내가 하는 나 다움을 따라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군자 2016> 강남 인터컨티넨탈호텔 전시작. 데이비드 보위, 아인슈타인, 그레이스 존스, 일론 머스크
큰 시누 둘째 딸 손. 매일 흙 만지고 햇볕에 뛰어노는 어린이의 손이다. 사진 중앙 나선형 씨앗은 떡갈나무에서 떨어졌는데 땅에 한번 박히면 뽑기 어렵다.
큰 시누 둘째 딸은  똥 마려울 때 나를 찾는다. 화장실 다녀오다가 머리를 보니 치토스 부스러기가 한가득. 치토스 먹으며 불멍 하는 동안 내 무릎에 앉아 있다가 당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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