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기쁨과 즐거움
익숙하던 문장이 생경한 날 있잖아요. 오늘 오랜만에 그런 일이 일어났어요. 중학교 한문 시간에 선생님이 재미없게 가르쳐 주시는 바람에 듣자마자 눈 감기던 그 말, '학이시습지...'. 저는 그 한문 선생님을 떠올리면 별로 기분이 안 좋아요. 친구들 뺨을 칠판지우개로 때리던 분이거든요. 그런 사람이 학이시습지를 바르게 풀어낼리는 만무했겠죠? 물론 저는 중고등학교 내내 영어만 팠습니다만.
공자가 말했다. "배우고 늘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즐겁지 아니한가?"
이거 정말 맞는 말 아닌가요? 배우고 늘 익히면 '기쁘'잖아요. 그리고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즐겁'고요.
기쁨說은 내 안에서, 즐거움樂은 타자와 함께.
세상에 이게 이런 뜻이구나. 기쁨과 즐거움 둘 다 하란 말이구나. 물론 오늘자 저의 느낌에 의거한 해석이고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러나 미쳤다. 진짜 공자 너무 좋다. 수 천년 지나도 오늘의 인간들 보라고 이렇게 써 놓은 거 아냐... 물론 직접 쓰시진 않았지만 저런 말을 남기다니 진짜 어진 분이군... 그러면서 혼자 웃다가 갑자기 너무 기뻐가지고 이 에너지를 타자와 수작하는 데에 써야겠다 싶어서 영상을 하나 호로록 만들기에 이르렀어요. 기쁨은 창조로 이어지니까요. 저는 그래요. 안 기쁠 땐 창조 안 하고 푹 쉽니다.
저는 영어로 먹고살고 있지만 아직도 영어를 더 잘하고 싶어요. 아름다운 언어라서요. 배움에 끝이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기쁨에 끝이 없단 말이잖아요.
아, 그리고 공자가 저말 뒤에 바로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노여워하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닌가?
성숙의 척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기쁘고 즐거운 가운데 노여워 말아야겠다... 는 그러한 다짐을 해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