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CCI Dec 05. 2022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돈 대신 글씨를 줬다


아직 밖으로 나오지 않은

내 안의 글씨들이 있는데

그것들은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밖으로 나온다.


내 붓은 길의 정령이 지배하고 있으니

나는 여행하며 길에서 글을 쓰는 것이

자연스러웠는데


숨이 넘어갈 듯 더운 날에도 쓰고

머리가 쪼개질 듯 아픈 날에도 쓰고

어떤 날은 밤에 잘 곳이 없어

걱정을 하면서도 썼다.


그때마다 내가 참아낸 무언가를 닮은

글씨가 밖으로 나왔고,


나는 딱히 고생 할 팔자는 아니었으나

사서 고생을 할수록

새로운 글씨가 나오는 바람에

멈출 수가 없었다.




잘 곳이 없었던 날은 딱 두 번이었는데,

한 번은 자그레브.

다른 한 번은 로테르담.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돈 대신 글씨를 주고 잤다.


글씨를 주고 건네받은 방 침대에 누워

긴 숨을 내쉬었다.


하루 종일 걱정했던 마음과

침대의 안온함이 부딪히면서

살아있음의 감동이 밀려왔다.


수중에 돈이 없는데도

내일이 걱정되지 않았다.






나는 글씨를 써 주고 돈 대신 다양한 것들을 받았는데 콧수염 남성이 주었던 미니 나침반은 가장 감동적인 물물교환 중 하나였다.


인생 게임 (그래피티체_edgy) 1000 X 1000 px, Procreate 작업, ACCI CALLIGRAPHY 2022



작가의 이전글 하늘에 떠 있는 불 덩어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