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를 오로지 재미로 쓰는 나는
길에서 사람들이 얼마냐고 물어보면
마음대로 달라고 했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배려랍시고 한 말이었는데
듣는 사람은 배려를 받는 느낌보다는
곤란한 숙제를 받은 표정이었다.
짓궂었던 어린 나는
그게 재밌어서 그렇게
계속 손님 맘이라고
한 3년은 했던 것 같다.
글씨가 담긴 종이 조각을 건네주며
천 원도 받아보고
오백 유로도 받아봤다.
천 원과 오백 유로 사이
내 글씨에 매겨졌던
모든 숫자들이 불러일으키는
숱한 감정을 통과해 나가며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예전에는 타인의 평가에 연연했다면
요즘은 타인의 평가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곤 무시하거나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