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1월에 촬영한 《Aladdin Sane》 표지 사진은 보위의 긴 커리어에서 가장 유명한 이미지일 것이다. 불꽃 머리에 웃옷을 벗은 가수, 그의 다소곳한 얼굴 가운데로 빨강 파랑 번개가 가로지르고, 에어브러시로 매만진 눈물이 쇄골에서 미끄러져 내린다 ... 패션 사진작가 브라이언 더피Brian Duffy는 보위의 '플래시' 디자인이 엘비스 프레슬리가 한때 꼈던 반지에서 영감 받은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이미지에는 더 많은 속뜻이 있었다. 정교한 화장은 보위 스스로 묘사한 분열되고 '양분된' 인격을 의도한 것일뿐더러 타로 카드에서 탑을 강타하는 번개를 투영한 것이기도 하다.
니콜라스 페그 『더 컴플리트 데이비드 보위』에서.
사람들은 유명한 음악가에 대해선 자신이 그 뮤지션을 낱낱이 안다는 착각을 하곤 한다. 그럴 리가 없다.
내 경우, 내년에 개봉한다는 마이클 잭슨 전기 영화에 관한 글을 미리 구상하고 있는데 살펴야 할 자료가 태산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한 슈퍼스타조차 그러니, 머리 굵고 만난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나 시네이드 오코너에 관해선 말해 무엇하랴 싶다.
지난 메탈리카 전기를 쓸 때도 나는 내가 그들에 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고,
지금 너바나 평전을 쓰면서도 나는 내가 깨닫지 못했거나 외면해 온 나의 무지에 거듭 좌절하고 있다.
아마 데이비드 보위는 그런, 사람들이 '잘 모르면서 안다고 믿는' 유명 음악가의 전형일지 모른다.
앨범 《Aladdin Sane》에 관해선 더 그럴 것이라, 재킷 사진이 너무 유명해 사람들은 내용물에 관해서도 자신이 잘 알고 있으리라 여기는데, 내 경우 살아오면서 이 앨범에 수록된 세 곡 이상을 그 자리에서 댈 수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롤링 스톤스의 <Brown Sugar>에 영향받은 오프닝 곡 <Watch That Man>은 경쾌하다.
이 곡에선 <Cracked Actor> 만큼 울창한 믹 론슨의 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이 곡의 활기는 어쩌면 앨범 전반의 특징일지 모른다. 여기서 활기는 둘로 나뉜다.
<The Prettiest Star>에서 기타와 색소폰이 주고받는 점잖은 활기,
그리고 롤링 스톤스 커버 곡 <Let's Spend the Night Together>와 블루스 냄새 물씬 나는 <The Jean Genie>가 증언하는 들뜨거나 투박한 활기.
보위는 자기 곡들 사이사이에 색소폰과 하모니카, 신시사이저와 멜로트론을 곁들이며 그 활기를 북돋운다.
사실 내가 이 앨범을 좋아하는 이유는 마이크 가슨의 피아노 때문이다.
그의 연주는 작품 구석구석에 스며 있다.
첫 곡 <Watch That Man>에서도 들리고,
<The Prettiest Star>에서도 들린다.
가장 인상 깊게 들은 곳은 아방가르드, 복고를 전제한 <Aladdin Sane>과 <Time>이다.
아마도 쇼팽과 리스트를 응용한 <Lady Grinning Soul>은 그 절정일 거다.
미국 로큰롤/블루스의 기운 아래 실화(<Panic in Detroit>)와 상상(<Drive-in Saturday>)을 엮은 보위는 《Aladdin Sane》으로 너무 일찍 거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