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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h Truck Hijackers

by 김성대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따끈따끈한 국내 록 앨범 한 장을 올려본다.

밴드 이름은 복숭아 트럭 납치단.

앨범 제목도 데뷔를 강조하는 듯 밴드명을 그대로Peach Truck Hijackers 썼다.


무릇 자신들이 하려는 장르를 분명히 알고 있는 밴드는, 듣는 사람들에게도 그 음악을 분명히 전달한다.

피치트럭하이재커스는 얼터너티브, 펑크, 포스트 펑크, 개러지 록을 자신들의 관심 분야로 꼽았다.

들어보면 두텁고 거친 기타 톤에 개러지 록의 출렁거리는 스트럼strum, 펑크 록의 직진, 포스트 펑크의 부푼 무드가 다 있다.

멜로디 파트와 리듬 파트에 같은 무게감을 실은 믹스는 특히 인상적인데 베이스가 기타만큼 크게 들리고, 기타 솔로와 드럼 기교는 똑같이 강조된다.

장르와 음향이 민주적으로 공존하는 것이다.


이 밴드는 일단 화가 많이 나 있다.

나에겐 모욕인 타인의 농담에 가운뎃손가락을 드는 첫 곡 <Compressed Annoyance>부터 그렇다.

화는 이내 환경 문제를 다룬 <Radio Radio>에서 신나게 이륙하더니,

<Rubbish>와 <Fuck You>에서 비슷하게 정점을 이룬다.

아래는 밴드가 직접 <Fuck You>를 소개한 글이다.


인종차별, 성희롱, 캣콜링. 나는 내 갈 길을 가고 있는데 멍청한 놈들이 굳이 와서 나의 하루를 망친다. 엿 먹어라.


피치트럭하이재커스는 이처럼 하려는 음악만큼 가지려는 태도, 전하려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마치 80~9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라이엇 걸 무브먼트Riot Grrrl Movement가 2025년 대한민국에 상륙한 느낌이랄까.

이들 음악에선 실제 비키니 킬, 베이브스 인 토이랜드, 캘러미티 제인Calamity Jane이 들리고

몇몇 곡에선 엘세븐L7의 헤비한 패기도 느껴진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다.

밴드는 앨범을 소개하며 분명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서 사랑으로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를 말했다.

자기들이 무조건 화만 내려는 팀은 아니라는 얘기다.

나에게 그 말은, 분노할 것엔 분노해야 사랑의 가능성이 더 또렷해지리란 뜻으로 들렸다.

이 역시 <뒤틀린 입이라도>의 가사를 보면 이해가 빠르겠다.


뒤틀린 입이라도 키스를 할게 / 내 입술을 뒤틀어서라도 / 망할 소망을 담아서 줄게 / 너는 원치 않았더라도



곡 중엔 소통의 답답함 또는 소통에 대한 의심을 노래한 곡들도 있는데

따로 추천하고 싶은 <What Am I to Do>는 일상에서,

6분짜리 트랙 <Two Songs>는 종교에서 같은 본질의 불통을 다룬다.

앨범은 <From Your Dead Body>에서 살짝 기어를 바꿔 분위기를 고치지만

냉소와 염세라는 원료는 끝까지 안고 간다.


말이 길었다.

그냥, 위에서 얘기한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듣자.

내 생각엔 2025년 국내 '올해의 록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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