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선언' 보아 앞에 놓여진 무궁무진한 미래

by 김성대


음반 회사, 즉 레이블은 보통 아티스트 앤 레퍼토리(Artists and Repertoire, A&R)라는 직책을 맡은 사람이 기존 계약 스타와 작업하거나 잠재 스타를 발굴하며 작동된다. 잡은 대어와 잡으려는 대어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를 생각해 보면 역시 후자일 것 같다. 그러니까 아티스트와의 협상 및 계약 체결, 리허설과 녹음, 편곡과 마케팅에까지 관여하는 저들의 업무 중 가장 비중 있는 일은 역시 흙에 묻힌 진주를 캐내는 일이란 얘기다. 개인 혹은 팀의 노력과 재능이 레이블의 지원을 만나는 과정. 그 중심에 A&R이 있다. 전 세계 A&R들은 그래서 지금도 옥석을 가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침투해 레이블-아티스트의 공통 목표일 '성공'의 초석을 마련하려 고군분투 중이다.


2025년 12월 31일부로 SM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이 끝난 보아도 과거 아는 오빠를 따라간 백화점 댄스 경연대회에서 SM의 A&R, 정확히는 캐스팅 디렉터의 눈을 통해 발견됐다. 몇 년 간 연습생 생활을 거쳐 완성한 데뷔, 해외 진출, 잇따른 성취. 그렇게 숨 가쁘게 달려온 25년을 뒤로하고 보아는 2026년 1월 12일, SM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실상 독립 선언이다.



보아는 비가 새던 사무실 물을 직원들과 함께 퍼냈을 만큼 SM과는 계약 관계 이상의 관계를 꾸려 왔다. 그는 자타가 공인한 SM의 상징이자 기준이었으며, '넘버 원'이었다. 보아는 작금 글로벌 케이팝 시장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가늠자이기도 했는데, SM은 결국 오리콘 차트와 빌보드 차트라는 두 달(Moon)에 보아라는 우주선을 쏘아 올려 보란 듯 안착시켰다. 그렇게 하나 둘 거두어 온 ‘최초’라는 수식들은 보아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케이팝 역사에서도 살아 있는 전설이 됐다.



아티스트와 레이블의 관계는 인간적인 교감 이전에 투자와 회수를 전제한 계약 관계다. 계약은 법의 테두리 안에 머물며 관계를 강제한다. 보아가 SM과 “아낌없이 주고받았다”고 말한 건 그런 의미다. 그리고 근래 뉴진스 사태에서 우린 저 강제력의 무시무시한 밀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건 아티스트가 레이블을 떠날 땐 평화적이고 우호적일 수도 있지만 때론 정반대일 수도 있다는 증거였다. 어쨌거나 저들은 좋은 게 좋은 또는 좋을 땐 좋은 사이 이면에서 법의 냉정함, 엄중함으로 묶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보아는 전자(평화적이고 우호적인 이별)로 보인다. 공식 발표 내용을 봐도 그렇다. 다 떠나서 함께 한 세월이 25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보아와 SM의 관계는 청정하다. 한 레이블과 그토록 오래갔다는 건 일단 서로에게 만족했다는 얘기니까. 어쩌면 한국의 정서 상 정과 의리도 저 긴 동행을 가능케 한 이유일지 모른다.


다만 그 세월 때문일까. 한편으론 이 결별에서 ‘보아 다음’을 상정한 세대교체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설령 그렇다 한들 SM을 탓할 일은 아니다. 비즈니스란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 일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보아의 독립과 자유에 맞춰져야 옳다고 믿는다. 이제 그녀는 홀로이든 다른 뮤지션과 함께든 SM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은 채 자기가 하고 싶은 예술 세계를 펼칠 수 있을 테고, 간간이 시도해 온 프로듀서와 배우로서 활동도 넓혀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보아가 직접 기획사를 차리지 말란 법도 없다. 그렇게 되면 보아는 자신이 고용한 A&R이 제2의 ‘13살 보아’를 발굴해 글로벌 시장을 두드려 볼 수도 있을 일이다. 마돈나나 테일러 스위프트처럼 ‘제국의 건설’ 인들 상상해보지 못하랴. 그녀 앞에 펼쳐질 가능성과 선택지는 무궁무진하다. SM도 응원했듯 부디 그녀가 해나갈 “새로운 활동과 도전”이 좋은 쪽으로만 뻗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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