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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Dec 26. 2020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소설

<젠가> 정진영, 은행나무


이 소설은 잃을 게 많은 순서대로 몸을 사리는 우리 사회의 인간 군상, 그리고 무언가를 내주지 않고선 무언가를 얻기 어려운 잔인한 세상 이치를 그린다.


이야기 속에서 그 인간들의 생활은 절대 한 방에 꼬이지 않고 서서히 잔인하게 꼬여간다.


천년 신라도 멸망 때까지 깨지 못한 골품제도, 그 골품제도 때문에 멸망한 천년 신라.

침묵으로 얻었던 조직의 평화는 결국 살아남기 위해 냉정해진 개인들의 잇속 앞에서 무참해진다.


작가는 이 소설 모티프를 키타노 타케시의 ‘아웃레이지’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전원악인’이라는 영화의 캐치프레이즈를 소설 속으로 옮겨보고 싶었다는 거다.


소설은 영화와 비교해 실제 닮은 구석이 많다. 간단히 인물들만 대비해봐도 김호열은 이케모토, 오토모는 이형규에 가깝다. 그리고 고종석 사장은 칸나이 회장, 카토는 이해완, 서희철은 키무라 정도에서 아른거린다.


내 이웃을 밟아야 내가 한 걸음 더 내디딜 수 있는 현실에서 정작 작가는 “내 이웃이 안전해야 나도 안전할 수 있다”는 연대의 미덕을 소설 마지막에 첨부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소설이다.


여기까지 내 짧은 감상은 대부분 소설 속 구절에서 인용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한 경제학자의 말을 하나 더 인용하는데, 이 소설에 가장 어울리는 칭찬 같기 때문이다.


사실을 다루는 경제학자보다 허구를 그리는 소설가가 세상에 훨씬 더 많은 기여를 하는 게 아닐까.

박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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