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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대 May 15. 2023

반세기 '로큰롤 루틴'을 실천해온 AC/DC

이 글은 오운문화재단 <살맛나는 세상>에도 실렸습니다.


근래 사람들이 가장 열광한 생활 트렌드라면 단연 '바른생활 루틴이(Routinize Yourself)'다. 이는 한마디로 외부의 통제 없이 자기주도적인 습관과 절차를 통해 삶을 더 풍요롭게 가꾸어나가는 의지를 뜻한다. 결국 같은 일을 거듭 행하는 '반복'이 가져다줄 발전적 결과를 취하고자 하는 것이 이 트렌드의 요지다. 반복의 힘. 바른생활 루틴이를 접하고 나는 반사적으로 한 밴드를 떠올렸다. 바로 호주의 공룡 밴드 에이씨디씨(AC/DC)다.


1960년대 초 스코틀랜드에서 호주로 건너온 말콤 영(리듬 기타), 앵거스 영(리드 기타) 형제가 1973년에 결성한 이 팀은 지난 50년간 끈질기게 고수해온 단 두 개의 '루틴'으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었다. 두 가지란 다름아닌 로큰롤, 그리고 로큰롤을 선두에서 개척한 척 베리였다. 물론 "로큰롤의 다른 이름은 척 베리"라는 존 레논의 말이 맞다면 로큰롤과 척 베리란 동어반복인 셈이니 AC/DC를 성공으로 이끈 루틴은 끝내 하나 '로큰롤'이라 할 수 있다.


서양 사람들은 AC/DC를 무던히도 사랑한다. 그 이유는 '즐거움'이다.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냥 신난다는 얘기다. 삶의 활력소가 되고 고민을 날려보내 준다. 이 단순한 위대함은 로큰롤을 자신들 음악의 단 하나 습관, 절차로 여긴 밴드의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 그들은 2020년 'Power Up'까지 정규 앨범 17장을 내며 "커버 아트워크만 바꾼 똑같은 음악"이라는 비아냥을 칭찬으로 여기며 지금까지 왔다. 자신들은 다음 작품에서 새로운 무엇을 하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저 기타 코드 3~4개, 여유가 되면 5개까지 동원해 늘 똑같은 로큰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AC/DC의 저러한 고집과 인내는 전세계 앨범 판매고 2억 장이라는 결과를 냈다.


백 권의 책을 읽은 사람과 책 한 권을 백 번 읽은 사람은 같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행위의 반복은 사람에게 깊이를 선물한다. 미련해보이는 습관의 물방울이 철옹성 같던 관습이란 바위를 뚫는 셈이다. 영화 '스쿨 오브 록'과 '아이언맨' 시리즈가 AC/DC를 향해 헌정한 가치도 바로 그 불굴의 반복이었다. 어쩌면 바른생활 루틴이란 깊이와 성취를 얻기 위해 뛰어드는, 소소하되 찬란한 일상의 깨달음이 아닐까. 살면서 한 번쯤은 AC/DC를 닮아봐도 좋을 일이다.



추천곡



'High Voltage' (1976, 소니뮤직코리아)


AC/DC의 데뷔작 'High Voltage'의 호주반(왼쪽)과 인터내셔널반.



AC/DC의 출발. 이들 음악을 압축적으로 상징하는 밴드 이름(교류/직류)과 교복 입은 앵거스 영의 말썽꾸러기 이미지는 누나 마가렛 영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쿵짝쿵짝' 8비트 리듬과 한정된 코드에서 태어난 말쑥한 로큰롤 기타 리프는 이후 50년 가까이 이 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다.



'Highway To Hell' (1979, 소니뮤직코리아)


본 스콧의 유작이 된 'Highway to Hell' 호주반(왼쪽)과 인터내셔널반.



'Back In Black'과 더불어 자타공인 AC/DC의 양대 명반 중 한 장이자 런던에 있는 뮤직 머신(Music Machine)이라는 곳에서 새벽 3시까지 친구와 술을 마신 뒤 차에 방치됐다 질식사 한 본 스콧(보컬)의 유작이기도 하다. 영 형제와 같은 스코틀랜드 출신인 본은 특유의 시적인 가사로 AC/DC의 색깔을 확립했다.



'Back In Black' (1980, 소니뮤직코리아)


본 스콧을 추모하기 위해 앨범 전체를 검은색으로 바른 AC/DC의 걸작 'Back in Black'.



지금까지 5천 만장이 넘게 팔려나간 AC/DC 최고작이다. 지구상에서 이 작품보다 많이 팔린 앨범은 7천 만장을 기록한 마이클 잭슨의 'Thriller' 밖에 없다. '쇳소리'에 비견되는 음색을 가진 브라이언 존슨이 새 프론트맨으로 영입돼 멈출 뻔한 밴드의 전성기를 이어나간다. 검정색 커버 아트는 본 스콧을 추모하는 의미다.



'Power Up' (2020, 소니뮤직코리아)


말콤 영의 유작이 된 'Power Up'. 말콤은 마지막에 자신이 누군지도 잊은 채 세상을 떠났다.



이 앨범은 본 스콧에 이은 AC/DC의 두 번째 추모 앨범이다. 추모 대상은 밴드를 만든 말콤 영. 그는 지난 2017년 치매를 앓다 세상을 떠났다. 세상을 떠날 때 말콤은 자신이 AC/DC의 멤버였다는 사실은 물론 스스로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였다고 한다. 작품에 수록된 곡들은 모두 말콤이 생전에 앵거스와 함께 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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