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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리 Nov 09. 2022

광고회사 직원의 묘비명

“아트님은 묘비명에 뭐라고 남길 거예요?”라는 말을 꺼낸 건 어떤 SNS 게시물을 보고 나서였다. 죽도록 일만 한 당신은 묘비에 뭐라 남길 거냐는 메시지였는데, 아트님의 대답은 생각보다 과격한 것이었다.


꽃은 필요 없어요. 묘비에 마우스와 맥북 좀 가져다주세요

그즈음 우리는 일상과 일이 분리되지 않을 정도로 야근을 많이 했고, 평일 정시퇴근은 바라지 않고, 주말만 쉬어도 좋다 는 때였다. 반복된 야근으로 해탈한 경지에 올라 나 역시도 “최종 파일은 웹하드에 올려놨어요. 이제 쉴게요”라고 했으면서도, 아트님의 말을 듣는 데 조금 서글펐다.


보통 사람들은 나를 보고 싶어 할 사람들에게 위로하는 메시지를 적는다는데, 아트님과 나의 묘비명엔 죽어서도 일하겠다는 각오가 담겨있었다.


 “드디어 아마추어 아니고 프로인가 봐요” 하며 킥킥 웃었지만 돌이켜보면 이럴 수가.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내 묘비명을 보면 조금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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