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 입사 동기들과 MT를 떠나기로 했다. 금요일 오후 반차를 내고 다 같이 떠나는 일정이었기에, 일주일 전 업무를 마무리하며 당시 나의 주류 브랜드 클라이언트에게 해당 일정을 공유하기도 했다.
"대리님, 저 다음 주 금요일에 입사 기념일이라 동기들이랑 여행을 떠나요."
"오 그래요? 규리님 동기분들과 함께 가는 모임에 우리 회사 술 한 박스 보내드릴게요. 내일 오전 중에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
주류 브랜드를 맡으니 이런 타이밍에 술을 받는구나. 신이 났다. 술보다는 함께 일하는 클라이언트가 나를 많이 생각해준다는 그 마음으로 인해 더.
십수명의 동기들은 광고회사 직원답게(?) 술을 참 잘 마셨기에 술 한 박스가 우리에게 실질적인 큰 지원이 아닐 수는 있었다. 하지만 광고회사를 다니며 무수히 많은 클라이언트들을 겪어 본 우리였기에, 이 한 박스가 우리의 길고 긴 밤을 위로한 상징성은 꽤 오래 남았다. 갑질로 유명한 모 항공사 사례로 인해 광고주, 즉 클라이언트와 광고인의 관계는 일그러지고 비정상적인 관계로 보이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그렇게 나쁜 광고주만 있는 건 아니지 않으냐며, 밤새 동기들과 떠들다 잠든 금요일 밤이었다. 클라이언트의 사소한 마음 씀씀이가 광고인들을 위로한다.
광고주가 선물한 최고의 광고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