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욕 상자
우리 부부는 한때 '노 스마트폰' 시간대를 만들어둔 적이 있다.
퇴근 후, 각자와 서로에게 더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남편은 내가 업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꾸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걱정했고, 나 역시 늦은 밤에 온 메일이나 '숏츠', '릴스'에 빠져 시간을 보내는 습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남편 또한 눈 건강을 생각해 스마트폰 사용을 최소화하고 싶어 했다. 만약 그 약속을 어기고 핸드폰을 들여다본다면, 벌칙금 만 원을 내야 했다.
왜 금욕 상자 선물이 좋을까?
그렇게 '노 스마트폰' 시간을 가지면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핸드폰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세상이 보이고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것.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자 남편과 나누는 대화의 시간이 늘어났고, 그만큼 서로의 하루에 대해 더 많이 공유하게 되었다. 남편과의 대화는 더 깊어졌고, 스마트폰을 보며 나누던 피상적인 대화보다 우리 삶을 나누는 대화가 훨씬 오래 기억에 남았다. 또 핸드폰을 만지다 잠든 날보다, '스마트폰 금욕'의 시간을 가졌을 때 밤에 한 번도 깨지 않고 통잠을 잤던 거 같기도 하다. 결국, 내 일상에 더 충실하게 만드는 힘은 손바닥만 한 작은 화면을 놓을 때 생기는 거였다.
누구에게 선물하는 게 좋을까?
핸드폰에 빠진 친구: 언제나 스마트폰에 시선을 뺏겨 있는 친구에게. 진짜 쉼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줄 수 있는 선물이다.
일에 파묻힌 사람: 늦은 메일이나 끝없는 업무로 인해 휴식을 잊은 동료에게도 좋다. 잠시 디지털 세상에서 벗어나 오프라인의 진짜 여유를 느끼게 해 줄 수 있다.
'뭐 이런 선물을 했어!' 싶은 선물일 수 있지만 막상 선물해 보면,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금욕상자는 우리가 필수적으로 가져야 할 디지털 디톡스의 시작이자, 내 삶과 주위의 관계를 다시금 정돈할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Offline 세상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을 만날 수 있도록 금욕상자를 선물해 보자. 계절이 바뀌며 훌쩍 다가온 서늘한 밤공기, 잎사귀의 변화는 오감 가득한 노스마트폰 세상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