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왜 지금, 브랜드는 유튜브를 해야 할까?

by 규리

브랜드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목적이 단순히 '제품 홍보'라면, 사실 더 효율적인 방법들이 많을 겁니다. 콘텐츠 제작비나 광고비를 소비자 혜택으로 돌려주는 프로모션을 기획하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배너 광고, 라이브 커머스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을 거 같아요. 단기적인 수익 구조 측면에서는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은 단발성 광고와 달리 장기적인 자산이 되곤 합니다. 브랜드 자료를 아카이브 하거나,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전하거나, 고객 소통 창구로 확장할 때 그 가치는 더 커집니다. 수많은 브랜드가 큰돈을 들여 콘텐츠를 제작하고, 채널 운영에 대한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건 이런 이유일 거라 짐작해 봅니다.

단기 성과를 넘어 브랜드 자료 아카이브와 고객 관계 형성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 때문이죠.


1. 브랜드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대표 플랫폼

유튜브 이용자가 몇 명인지 아시나요? 현재 월간 이용자수는 약 25억 명으로 추정됩니다. 전 세계 인구 1/3에 해당하는 엄청난 숫자입니다. 한국의 상황을 보면 더 놀랍습니다. 평균 2시간 이상을 유튜브 시청에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제 유튜브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콘텐츠 소비 채널입니다.


한때는 TV 광고 몇 번만 송출해도 브랜드 인지도가 급격히 올라가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유튜브는 ‘선택 기반 미디어’로서, 소비자가 직접 검색하고 탐색해 보는 콘텐츠 환경을 만들어냈습니다.

유튜브에 존재하지 않는 브랜드는 소비자의 관심에서조차 멀어질 수 있는 시대인 셈입니다.


‘스픽(Speak)’이라는 영어 학습 앱을 알고 계신가요? 초창기 인지도가 없을 때 이 채널을 처음 알게 된 저는 아래와 같은 일상 영어 표현 콘텐츠에 반해 구독을 시작했습니다.

스픽.png


숏츠 알고리즘을 통해 알게 됐다가, 구독해 두고 콘텐츠를 시청, 그러다 프로모션 이벤트를 보고 1년 구독권을 구매해 학습했습니다. 잘 만든 콘텐츠 하나가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고, 그다음은 ‘구독’, 그다음은 ‘구매’로 까지 이어진 경우죠. 이렇게 Awareness-Consideration-Conversion까지의 User journey(소비자 여정)를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유튜브 채널의 힘입니다.


2. 소비자와의 접점 강화, 그리고 팬덤 형성

만약 유튜브 채널이 일방적으로 제품 정보나 광고 영상만 올린다면, 저는 그 채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거 같아요. 콘텐츠는 있되, 관계는 없는 채널로 느껴지겠죠. 이런 채널은 필요에 따라 들어가서 콘텐츠를 시청하면 되지, 굳이 구독을 해두고 시청하고 싶진 않습니다.


반면, 소비자와의 소통을 중시하는 채널은 '구독'을 할 수밖에 없는 매력을 만들어냅니다.


제가 최근 구독하고 알림 설정까지 해둔 채널 중 하나가 <29오픈하우스>입니다.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많아 알고리즘으로 알게 된 채널인데, 알고 보니 29cm에서 운영하는 채널이더군요. 패널들이 290만 원 포인트를 받아 취향대로 제품을 고르고 리뷰하는 포맷인데, 댓글 추첨을 통해 영상 속 제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거의 매회 진행합니다. 제가 당첨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품을 살피기 위해 영상 하나하나를 꼼꼼히 뜯어볼 수밖에 없죠.

29오픈하우스.png

여러 번 당첨 실패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언젠가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요. 참여를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방식도, 소비자 댓글에 (거의 모든) 하트를 눌러주는 액션도 있는 브랜드입니다.

KakaoTalk_20250523_083150594.jpg


3. 실질적인 정보와 가치 제공

몇 초로 진행되는 TV광고나 스쳐 지나가며 보는 옥외 광고만으로는 브랜드와 제품에 대해 충분히 알릴 수 없습니다. 제품 사용법, 특장점 등 실질적인 정보를 줄 수 있는 콘텐츠야 말로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가치를 어필할 수 있죠.


다이슨은 좋은 사례입니다. 자사 제품을 이미 구매한 고객이 궁금해할 포인트들을 플레이리스트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무선 청소기 필터 청소법, 관리방법 등 고객이 궁금해할 만한 사항을 브랜드의 보이스로 먼저 정리해 주니 ‘이 기업은 제품 홍보’를 넘어, ‘사후 구매 고객’을 계속 신경 쓰는구나 싶었어요. 제가 다이슨을 구매한 고객이고, 이렇게 지속 구매자를 신경 써주는 브랜드라면, 다음 청소기나 스타일링 제품을 구매할 때도 다이슨을 고려대상군에 넣을 거 같아요. 이 외에도 헤어스타일링 방법 등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며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가는 공간으로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본사가 직접 만든 How-to영상만큼 신뢰할 수 있는 영상이 어디 있겠어요!)

다이슨.png How-to 활용법 영상이 카테고리로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물론 브랜드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외에도 더 많이 있습니다. 유튜브는 소비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채널인 만큼 광고 집행에도 효율적이고, 긴 영상을 통해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전달하기에 유리하죠. 그뿐만 아니라 유튜브 댓글, 커뮤니티 탭, 실시간 라이브 등을 잘 활용하면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창구가 됩니다. 부정 댓글도 서비스나 제품 개선점을 찾는 힌트가 되죠. 신제품 컬러에 대한 아쉬움, 단종 제품에 대한 그리움, C/S 불만 등 댓글 하나하나를 눈여겨본다면 브랜드가 어떻게 개선하고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부정 피드백조차 제품, 서비스 개선에 소중한 힌트가 될 수 있으니까요.


유튜브 채널을 단기 성과만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자산을 쌓아가는 ‘콘텐츠 저장소’로서 바라보고 접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keyword
이전 01화프롤로그: 구독자는 많은데, 왜 아무도 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