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1)
지금도 떠오른다. 런던 교외 우리 가족이 1년간 살았던 그 동네 풍경이...
실제로 쓰지는 않지만 굴뚝이 있는 2층, 3층집(대부분 다락방 창문도 보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그 골목길. 조금만 나가면 Tube Station(지하철역)이 있고 그 언저리에 상점들도 많았는데, 거기 빵집은 오전 6시30분부터 오픈하여 샌드위치 등을 팔았다.
영국의 상점들은 우리나라에 비해 일찍 문을 여는 것 같았다. Sainsbury 슈퍼마켓은 아침 7시, Waitrose 슈퍼마켓은 8시에 문을 열었으며, 심지어 미용실이나 이발소 등도 9시 전에(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다시 집으로 올 때쯤이니 8시 50분 정도 되었나 보다)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저녁 때 닫는 시간은 위 빵집의 경우 오후 7시경, Sainsbury 슈퍼마켓은 10시, Waitrose 슈퍼마켓은 8시에 문을 닫았던 것 같다. 그리고 슈퍼마켓의 경우 일요일엔 몇 시간 이상 일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고, 그때만 10시30분이나 11시에 문을 열고 5,6시경에 문을 닫았다.
동네 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새벽부터 들려오던 동네...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기 위해 매일 아침 8시30분경 집을 나섰었다. 사실 런던이 스모그의 원조인지라 거기 살기 전엔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직접 살아보니 서울로 갖고 가고 싶을 만큼 공기는 너무나 좋았다. (AccuWeather라는 앱의 공기질을 보면 '완벽함' 수준인 경우가 많았다.) 영국은 대부분의 문제를 다른 나라보다 먼저, 심하게 겪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빨리 움직이려는 성향을 지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런던 교외의 길은 사람 다니는 길이든, 차가 다니는 길이든, 좁았다. 게다가 인도에는 한눈에도 수령이 좀 되어 보이는 가로수들이 공간을 많이 차지하여, 마주 오는 사람이 있으면 자연스러운 교행이 안 될 정도인 곳들이 많았다. 차도 또한 좁으면 뭔가 길을 넓힐 궁리를 하기보다는, 아예 그곳으로 안 다니게 만들 궁리를 하는 나라라고들 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등굣길에선 그 좁은 인도를 지나갈 때 늘 양보를 받을 수 있었다. (영국에 있으면서 특히나 아이들에겐 매우 관대하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걸어오는 것을 보고 맞은편에서 오던 사람이 항상 잠시 멈춰서 지나가라고 길을 비켜 주는 모습에 감동했고(아이들을 향해 씽긋 인사까지 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나중에 내가 그렇게 아이들과 그 보호자에게 길을 양보하면, 어김없이 "Thank you."라는 인사가 돌아왔다.
사실 영국에선 "Thank you.", "Sorry." 인사말을 하루에도 10번 넘게 들을 수 있었다. 완전히 저 사람들 입에 그 말이 붙어 있다고 느낄 정도였고, 나중엔 나도 조금은 흉내낼 수 있었다. 영국인들이 특유의 활짝 웃는 웃음과 함께 연신 "Thank you."하는 모습은, 살면서 참 보기 좋다고 생각한 모습이었다.
영국에선 초등학생들의 경우 버스, 지하철은 보호자와 함께 이용하여야 하고 요금은 무료였는데, 우리가 살던 동네 북쪽 유대인 초등학교 아이들이 버스에서 우루루 내리면서 기사님께 "Thank you."하고 힘차게 인사하던 모습도 잊지 못할 풍경이다. 그래서 나도 아이와 함께 버스를 이용하고 내릴 때는 나중엔 "Thank you."라고 인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보행자에게 양보하는 자동차를 향해서, 보행자들은 늘 엄지척을 해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 엄지척 역시 정말 보기 좋았고, 나중엔 나도 그렇게 했다.
또, 언제 어디서든, 뛰며 운동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아침 등굣길에 늘 마주치던 조깅하던 사람들과, 개 세 마리(그것도 근처에 큰 녹지가 많은 영국의 특성상 매우 큰 몸집의 개도 포함해서)를 데리고 산책하던 사람...런던에 이례적으로 눈이 많이 오던 날에도, 평소처럼 비가 부슬부슬하게 내리던 날에도, 방수 후드를 뒤집어 쓴 채 뛰면서 운동하는 사람을 늘 만날 수 있었다. 아마 산이 없는 잉글랜드의 특성상, 평지에서 그렇게 뛰며 운동하는 것이 일상화된 때문인 것 같았다.
아침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커피. 우리가 살던 동네에는 Costa, Starbucks, Caffe Nero, Gail's 같은 커피전문점들이 있었다. (작년에 lockdown 때문에 그런 것인지, 원래 영국인들은 Starbucks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 것인지, 스타벅스에서도 프리퀀시 이벤트 같은 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커피전문점마다 각각 고르게, 손님들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우리가 가장 좋아하던 커피전문점은 이탈리아인 특유의 쾌활함과 친절이 넘치던 Caffe Nero였다.
2021년 초 겨울 Lockdown 때도 Gail's 커피 전문점 앞에 줄을 서서 커피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있던 아침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