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서연 Nov 11. 2021

어울려 살기

소소한 일상(2)

1.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생들이라, '아기'엄마로서의 일상을 직접 체험해 볼 수는 없었지만, 영국 아기엄마들의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좋았던 것 중 하나가, 유모차(유아차)에 아기를 태우고 버스를 이용하는 모습이었다.

런던의 명물 2층버스(double decker bus) 1층에 있던 좌석이 없이 중간 공간이 비어 있는 그곳이 바로 유모차의 자리였다. 휠체어나 유모차가 이용할 수 있다고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실제로 아이들 등하교 시간 등이나 그 시간을 조금 지난 9시~10시 사이에 그 버스를 이용하면 그 자리에 유모차를 끌고 탄 엄마들이 두셋 있었다. 

우리가 살던 동네에는 쇼핑몰이 종점인 버스가 있었는데, 어느 날 오전 그 버스를 타고 쇼핑 센터에서 내리는데 유모차 부대가 우루루 같이 내리기도 했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런던의 또다른 명물 블랙캡(black cab)도 유모차를 끌고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블랙캡은 타 보니 뒤에 트렁크가 없어서, 뒷좌석이 상당히 넓어서 정말 유모차도 들어가겠다 싶었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둘 덧붙이자면

1) 런던 버스 내에는 'induction loop'라는 것이 설치된 좌석이 역시 1층에 있었다. 찾아보니 '청각 감응 장 치'였다. 실제로 이용하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마음이 따뜻해졌었다. 

2) 버스에 반려견(아이의 친구 Julia네 강아지였다)을 옆자리에 앉히는 모습도 보았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반려견들이 많지만, 그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습은 잘 못 본 것 같아서 기억에 남았다.


2.  동물들도 함께 살던 영국 동네의 풍경...

캠브리지에선 말이 그렇게 흔하다 하고, 또 어느 동네에선 사슴이 뛰어노는 공원이 유명하다 했다. 우리 동네 근처에도 큰 공원이 둘이나 있었는데, 거기엔 청설모가 많이 살았다. 아이들은 늘 아몬드류를 갖고 가서 청설모가 나무에서 쪼르르 내려와서 그걸 먹는 모습을 보는 걸 즐기곤 했다.

공원엔 늘 청설모에게 그렇게 먹이를 주시는지, 입으로 휘파람과 유사한 소리를 내면 그분 어깨며 손에 청설모가 내려오는 '청설모의 친구' 중년 여성분도 계셨는데 우리 아이들에게 어디에서 왔냐고 물으시더니, 이후로 만날 땐 항상 따뜻하게 이사를 해 주셨다.

그리고 우리 동네 근처엔 광대한 숲이 있어서, 겨울에서 초봄으로 가는 즈음엔 여우가 동네에 놀러오곤 했다. 동물원이 아니고 바로 집 근처에서 여우가 활보하는 걸 처음 본 작은아이는 좀 놀라고 무서워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여우가 몸집은 그렇게 크지 않고 사람에게 달려들거나 그런 일도 없이 종종거리며 도망을 가는 걸 보고는 매우 신기해 했다. 


찾아보니 뜻밖에도 현재 우리나라에선 여우가 '멸!종!'되었다는 걸 알고, 요즈음에도 아이들은 여우 얘기를 하곤 한다.


3. 영국에도 검트리 같은 중고거래 사이트도 있었고, 한국인 맘까페에서 벼룩시장이나 나눔 등도 활성화되어 있기는 했지만, 우리는 자선단체에서 운영하는 중고물품 가게인 charity shop을 참 많이 이용했다.

우리 동네에만 해도 걸어서 가는 거리에 oxfam, all abroad, cancer research uk 등 다양한 charity shop들이 있었는데, 우리는 옷을 기부(donate)하기도 하고, 아주 싼 값에 필요한 것들을 사기도 했다. 남편은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구하기 힘든 음반을 charity shop에서 득템했다고 좋아하기도 했다.

공립이든 사립이든 교복을 입는 영국 학교이기에, 아이들 학교에서도 매 학기 초기에, 학교 앞 작은 공터에서 second hand sale이라 하여 그 학교 선배 아이들이 입던 uniform을 1파운드에 파는 행사를 하기도 했었다. 이래저래 중고용품 활용이 잘 되는 분위기였다.


4. 런던에 산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아이가 "근데 왜 영국 사람들은 벽에다 낙서를 이렇게 많이 해? 애들도 아니고."라고 했던 말에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도 그럴 것이, 꼭 뱅크시의 Graffiti 같은 예술작품이 아니더라도, 영국의 거리에선 벽에다 그렇게 그림(낙서?)을 그린 걸 쉽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눈살을 찌푸리게도 성당 벽에다가 이상한 낙서를 해 놔서 나중에 흰 페인트로 지운 흔적을 보기도 했고, 심지어 빨간 우체통에도 낙서한 흔적이 있어 다시 페인트칠을 해 놓는 걸 볼 수 있었지만, 무언가 꿈꾸는 자들의 소소한 일탈이나, 온라인상이 아닌 오프라인에 가능한, 공감을 갈구하는 작은 진심이 느껴지는 낙서에, 은밀한 유대감(?) 같은 것이 생기기도 했다.   

이전 05화 런던 아침의 인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