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3)
한국에서 미국식 영어를 하고 자란 사람인지라 지하철은 subway가 익숙했었는데, 영국에서 1년 살면서 빨간색 동그라미에 중간에 가로로 선을 그은 표시로 'Underground'라고 되어 있는 지하철 표시가 익숙해졌다. 특히 런던에서 지하철은 'tube'라고들 했다.
서양인들은 키가 크지만 tube는 우리나라 서울의 지하철보다 높이는 더 낮은 것 같고, 네모반듯한 게 아니라 윗 부분은 또 약간 오목하게 들어가 있어, 귀여운 느낌이 든다.
London Tube map에 나오는 지하철 노선은 15개가 넘지만 우리 가족은 주로 Northern line, Victoria line, Piccadilly line, Central line 정도를 이용했던 것 같다. Central line 열차는 매우 낡았던 것 같고, Northern line은 중간 정도, Victoria line은 조금 신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런던의 주요 관광 명소들은 모두 지하철로 쉽게 접근 가능했고, 환승통로도 짧게 짧게, 잘 찾을 수 있게 이어져 있었다.
특히나 Covent garden에 있는 Transport museum(교통박물관)에 가 보면, 지하철을 1800 몇 년부터 운행하여 온 영국인들의 자부심이 뿜뿜 뿜어져 나오는 걸 느낄 수 있다.
(영국의 모든 박물관, 미술관들은 놀랍게도 무료로 운영된다. 처음에 그 사실을 알고 식민지가 하도 많았어서 쌓아놓은 게 많은가, 어떻게 이걸 무료로 운영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곳곳에서, 시도때도 없이 권장되는 donation으로 인해 시민들이 그런 문화시설들을 정말 무료로만 이용하는지에 대해선 많은 의심이 들지만, 어쨌든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묘한 안도감(?)과 경외심이 있다. 사실 대영박물관을 비롯해서 'stolen'된 많은 대단한 전시물들은, 무료라는 이유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Britain 국뽕 같은, 보이지 않는 힘을 엄청나게 행사하고 있기도 한 것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 서울과 가장 다른 점은...Tube에 타면 폰에 '서비스 제한구역'이라고 뜨면서 인터넷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지하철에서도 잘 터지는 폰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우리로서는, 적응에 시간이 필요했던 부분이었다.
지하철에서 폰이 안 터지니 사람들은 무얼 할까. 물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 많고, 예전에 우리나라 서울에서도 볼 수 있었던 'metro' 무가지를 읽는 사람, 영어책 특유의 빽빽한 글씨가 재미없어 보이는 책을 읽고 있는 사람, 그냥 사람 구경하는 사람,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사람 등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출퇴근 시간대에 이용해 본 적은 없어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탄 건 주말에 한두 번 외에는 볼 수 없었고, (귀국 후 누가 물어봐서 기억을 떠올리다가 문득 깨달았는데) 자는 사람을 본 기억도 없다.
런던에 머물 시기엔 대중교통과 상점에선 마스크 착용을 하도록 되어 있었고, 7월 19일 Freedom day 이후에도 런던의 사디크 칸 시장은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고하여, 우리가 머물 당시엔 그래도 대부분 시민들은 마스크(보건용은 아니고 대부분 면 아니면 일회용으로 보이는 것들이었다)를 착용하고 지하철을 이용했다.
제일 많이 이용하던 Northern line에서 탑승 후 정차역마다 흘러나오던 영국 액센트가 문득 생각나는 날이다. "This is the northern line train via Charing Cross terminating at Kenning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