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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연 Feb 28. 2022

아이들의 영국 초등학교 생활(9)

housepoint 제도 등 competition 관련

1. housepoint

"너도 Melvin이야?" "원래 Unwin이었는데 Melvin이 됐어."

"나 이번에 reading record로 10hp[영국에서는 h를 에이치가 아니라 헤이치로 발음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받았다."

아이들이 서로 이런 대화를 주고받는 걸 들으며,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에서는 모든 학년을 통합하여 4개의 house로 나누는 시스템이 있었고, 각 house의 이름은 우리 동네와 관련 있는 사람들의 surname(이름을 first name으로 칭하는 건 미국식이나 영국식이나 같았지만, 성은 last name이 아니라 영국에서는 surnam을 많이 썼다.)으로 붙여져 있었다. 각 하우스별로 house point(줄여서 hp)를 모으는데, 한 학년이 끝난 여름에 제일 많은 hp를 모은 하우스에 상이 주어지는 그런 식이었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그리핀도르, 슬리데린 등 기숙사 시스템 같은 것이 영국 학교에선 일반적인 건가 싶기도 했다.)


아이들 학교 생활의 거의 모든 것이 house point와 연결되어, 선의의 경쟁(?) 유발과 보상에 대한 뿌듯함으로 이어졌다. 매주 제출하는 reading record, 우리나라의 독서기록장과 같은 노트에서 comment를 얼마만큼 충실히 썼느냐에 따라 배정되는 house point가 달랐고, 온라인 수업에서도 발표나 질문을 하는 학생에게 house point가 주어지기도 했으며, 체육 활동 같은 집단 행사에서도 세세한 순간 순간마다 house point가 주어졌다. 하도 house point가 계속 주어지다 보니 학교측에서 저걸 정확히 다 계산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는데, 온라인 수업 때 보니 중간중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house point에 대해 cross checking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2. rock out 2020(math competition)

초등 수학에서 연산의 중요성은 영국에서도 강조되어, 학교 구성원들이 각자 학교의 이름을 걸고 참여하여 연산을 하는 게임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행사의 이름은 "rock out 2020"이었고, 특정 사이트에 학생들 각자가 자기 학교 팀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인데, 학생은 실명이 아니라 게임상의 캐릭터를 정하여 참여하도록 되어 있었다. 

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참여하는 사칙연산(게임 자체는 매우 단순해서 정해진 시간 안에 몇 문제나 정확하게 연산을 할 수 있는지 하는 것이었다)이었고, 각자 정한 자기 캐릭터의 순위가 올라가고 내려가고 하는 걸 확인하는, 부담없는 게임이었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세계적으로도 수학공부를 열심히 하고, 잘하는 걸로 유명하고, 우리 아이들도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로 인정받았지만 아이들 학교에서 그 게임의 1등은 언제나 Angelo라는, 인도계 남자아이 차지였다. 그애는 대체 어떻게 그렇게 많은 포인트를 쌓을 수 있었는지, 그 연산게임을 완전히 생활 속에 녹인 것이 아니면 그렇게 많은 점수가 나올 수 없을 텐데 하고 놀라워했던 기억이 난다. 

 

3. 'design a secret garden' competition

부모님을 잃고 인도에서 영국으로 온 소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Frances Hodgson Burnett의 'the Secret Garden'은 이미 1993년에도 영화화된 적이 있지만, 우리 가족이 영국에 머물던 2020년 영국에서 또다시 영화로 제작되었다. 

소설의 배경이 영국의 요크셔 지방이기도 하고, 원작자가 영국에서 태어난 사람이기도 한 데다, 영국인들의 'garden'에 대한 사랑은 사뭇 진지한 데가 있기 때문인지, 학교에서 공식행사로 소설 속 'secret garden'에 나오는 정원을 디자인해 보라는 competition이 있었다.

Year 3였던 우리 작은 아이가 응모를 했다. 소설 속 그 비밀의 정원은 처음엔 신비롭고 아름답지만 어딘지 모르게 음습한 분위기를 풍기다가 점점 변화해 가는 것처럼 느껴졌었는데, 작은 아이가 디자인한 정원은 너무나 티없이 즐거운 놀이동산 같긴 했다. 그래서인지 입상은 하지 못했지만, 역시나 그런 competition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housepoint를 많이 받기는 했다. 


영국은 아직도 혈통을 대놓고 따지는 나라이고(이튼 같은 명문학교는 공부만 잘한다고 가는 학교가 아니라, 아버지가 그 학교를 나왔다던가 하는 것까지 본다고 한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보다 치열한 경쟁을 시켜 그들이 시스템을 만들게 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 시스템에서 자기 몫을 하며 살아가도록 하는 구조(공립학교에서도 대놓고 시행되던 hot, spicy, mild의 우열교육)인 것 같았다. 머무를 기간이 정해져 있었던 우리 가족의 경우는 치열한 경쟁을 맛볼 기회도 필요성도 없었고, 공립 초등학교에서의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competition만을 체험하고 온 것으로 생각한다. 가끔, 그렇게 약간은 느슨하고 색달랐던 그 competition들이 생각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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