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조직문화로의 여정
1) 소소한 시작.

일터를 행복하고 즐겁게 만드는 힘.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

by 전종목

-조직문화의 키워드, 대화.

최근 가장 많이 하는 강의가 조직 문화에 대한 강의다.


조직문화의 핵심 키워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문화의 폭이 워낙 넓다 보니, 전문가들도 쉽게 정의하지 못한다고 한다.)


폴앤마크가 중점으로 두는 키워드는 ‘대화’다.

대화가 원활하면 수많은 문제를 예방하고, 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 대화가 그냥 ‘말하기’는 아니다.

진짜 ‘대화’. 나도 괜찮고, 상대도 괜찮은. 서로 존중을 느끼게 말하는 대화.

그래서 용기와 배려를 담은 대화를 늘 제안한다. Dare to Speak.

하지만 절대 쉽게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뭐가 필요할까? 신뢰.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만, 긍정적인 믿음이 있어야만 진짜 대화가 가능하다.


화자 입장에서는 늘 불안하다.

‘이 말을 들은 상대가 오해하진 않을까? 기분 상하진 않을까? 나에게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 관계가 안 좋아지거나 나를 불편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진 않을까? ‘


청자 또한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저 말이 좋은 의도에서 꺼낸 말일까? 진짜 건설적인 메시지인가? 숨은 의도가 있진 않을까?’


실제로 상대의 의도, 심정과는 별개로 우리는 각자의 머릿속에서 추론의 계단을 열심히 올라간다. 어쩌면 고맥락 사회, 고맥락 언어문화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더 추론이 익숙한 걸지도 모른다. ‘거시기가 거시기해야겠구먼.’


이런 추론들을 멈출 수 있는 상대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이야기해도 된다. 괜찮다는 마음이 드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최종적으로 ‘어떠한 감정과 상황에서도 우리는 대화를 통해 일정한 접점에서 만날 수 있다’라는 신뢰의 단계까지 가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신뢰라는 게 그냥 생기진 않는다. 믿으세요!라고 믿어지지 않듯.


-신뢰(믿음)는 어떻게 생겨나는가?

우리가 지속 반복하는 행동의 원천은 믿음이다. 믿는 대로 행동한다.

그 믿음은 어디서 생길까? 경험에서 비롯된다.

리절트피라미드.png Result Pyramid


어떠한 결과(상태)는 행동에서부터. 그 행동은 믿기 때문에 하게 되며, 그 믿음은 경험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조직이든 인간이든 가만히 내버려 두면 긍정적 경험보다는 부정적 경험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특히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인 조직의 경우 상대와 나의 다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다 보면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아니,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같은 빈도라 할지라도 부정적 경험이 긍정적 경험보다 훨씬 더 깊이 있게 자리 잡게 된다.


언어 기억 실험 결과 부정적 단어가 긍정적 단어에 비해 두배 가까이 더 기억에 잘 남는다고 한다.

싱싱한 딸기와 상한 딸기를 반씩 섞어두어도 상한 딸기가 더 많았다고 느끼기도 하는 등

결국 부정성은 우리에게 더 크고 강력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팀원들과의 대화 경험에 대한 기억 또한 부정적 경험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을 확률이 크다. 게다가 본인의 직접 경험뿐 아니라 타인의 부정적 경험담을 통해 강화되곤 한다.

결국 조직에서의 ‘대화에 대한 믿음’은 부정적 경험에서 생겨나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신뢰’가 자리 잡는다는 것은 자연적 상태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 말을 하는 게 정말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게 기본적인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조직원 모두에게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상태에서, 평소 아무런 접점도 없던 사람과 일을 해야 하는 경우를 떠올려 보자.

어떤가? 물론 말은 할 수 있다. 해야 하니까. 일이고, 정보를 전달하고 전달받아야 하니까.


하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진짜 대화와는 전혀 다른 상태가 이뤄진다.

정확히는 ‘정보’와 ‘의미’를 전달하고 ‘요구’와 ‘응답’을 하는 행위만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업무상에서 대화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메시지 투척만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서로 결론을 정해둔 채 최소한의 허용범위 안에서 간을 보다가, 허용범위에 있다면 맡은 역할에 걸맞게 요구를 들어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 거절하는 것이다. 손해 보는 기분, 거절받는 기분, 부당한 마음이 드는 상황이 쌓이고, 오해가 커지고, 제대로 풀지 못해 곪아서 결국 큰 갈등이 되는 것이다. 분명 직장 동료인데, 제일 큰 적이 되는 것이다.


결국 신뢰가 필요하다. 동료로서, 팀으로서.


- 그러면 이 쉽지 않은 믿음을 갖기 위해서 필요한 게 뭘까?


첫 번째. 긴 시간, 깊이 있고 다양한 경험.

많은 경험을 통해 상대를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신뢰가 생긴다.

문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수동적이고, 제한적이다. 마냥 기다리는 게 말이 되는가.

게다가 마냥 기다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시간을 보내면서 겪는 갈등과 사건 사고들을 잘 넘기면 다행이지만, 보통 좌초되는 경우가 더 많다. 큰 부정적 경험을 마주하고 나면 신뢰가 싹트는 게 아니라 혐오와 분노, 포기가 자리 잡게 된다.


두 번째. 인격의 성숙도 향상.

성숙한 사람은 꼭 해야 할 이야기는 한다. 대신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기본 장착하고 말한다.

용기와 배려라는 대화코드를 장착한 성숙한 인격. 얼마나 좋은가?

근데 조직원 개인 보고 성숙하세요! 하라고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니 이것도 조직 차원에서의 답이 될 수 없다.


결국 신뢰를 위해 조직 차원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이해를 위한 정보’와 ‘친밀감’이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인격과 절대적 시간과 무관하게 빠르게 향상해 줄 수 있다.

내가 친밀감을 느끼고, 이해를 많이 하는 대상이라면 조금이라도 믿어볼 만하지 않은가?

그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소소하면서도 유쾌한 두 가지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나 사용설명서

약 5개월 전 ‘나 사용 설명서’라는 프로그램을 내부 조직문화 향상을 위해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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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스스로가 인식한 자신의 강, 약점을 기술하고, 함께 일할 때 미리 이해가 필요한 부분을 작성한다.

거기에 대상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조직원들이 ‘긍정적인 부분’ 중심으로 다양한 내용을 일화나 예시와 함께 덧붙여준다.


직접 경험이 아니니 완전히 신뢰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 대상과의 접점이 없었던 사람에게는 빠르게 대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긍정적으로 인식을 시작하게끔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Monthly Mate

Monthly Mate를 하는 이유는 또한 비슷하다. 친밀함의 씨앗, 이해의 씨앗을 심는 것이다.

‘개개인 간에 조금씩 친해져 보자, 조금씩 정보를 알아가 보자, 약간의 경험을 살짝 해보자’ 정도의 취지다.

Monthly Mate는 4인 1조로 구성되어, 작은 친밀감을 쌓아나갈 수 있는 가벼운 미션을 수행하는 소그룹이다. 카톡 방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부담을 최대한 주지 않으면서도 조금씩 친해질 수 있도록 미션을 구성하고 있다.


핵심은 맴버 구성이다. 대부분 업무상의 교류나 개인적 접점이 적은 사람들로 구성했다


평소 한 번도 이야기 안 해본 사람들, 아니면 아주 가벼운 사담만 나누던 사람들과 일하게 되면 어떨까? 상상해보면… 좀 뻘쭘하고 불편하다.

그 상태에서 일하다가 꼭 필요한 얘기를 해야 하는데, 말 꺼내기 어려워서 전하지 못하면? 찜찜하기도 하고, 일의 효율이 떨어진다.

또 그렇다고 너무 훅 치고 들어가서 말하자니 상대방의 심기가 불편해질까 봐, 관계가 안 좋아질까 무섭다.


그래서 작은 관계, 작은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조금 더 서로를 알 수 있게끔, 좀 더 친숙해지게끔 말이다.

맴버 구성은 계속 순환해서 다양한 사람들과 작은 친밀감과 이해를 증진시키려 한다.

언제든 어떤 상황에서든 함께라는 것이 지금보다 조금 더 수월할 수 있도록.


그렇게 이뤄진 공존과 협업은 오해가 아닌 이해의 경험이 될 수 있고, 그렇게 신뢰가 쌓여갈 수 있을 것이다.


- 조금 더 친해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일이라는 게 또 그렇다. 내 전성기를 가장 많이 지내는 곳이 일터 아닌가? 자는 시간, 씻는 시간 등을 제외하면 일하는 시간이 제일 길고, 가족들보다도 동료들을 더 오래 보는 게 일반적이지 않은가? 그 시간이 불행하고, 그 사람들과 안 친하고, 불편하다면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는가?


물론 각자만의 적당한 선이 필요하다.

엄청 친해져서 가족처럼 되고 그러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는 그러길 원하지도 않을 수도 있고. 일단 바쁘고, 내 가족, 내 친구 챙길 힘도 시간도 없는데, 회사 사람들과 뭐 그리 친해져야 하나 생각도 들 수 있다. 그게 권장 수준은 아니다.

(물론 친해지는 건 막지 않는다. 알아서 친해지면 된다. 상한선은 없다. 나는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다.ㅎㅎ)

조금씩, 시작해 보면 된다. 천천히, 아주 조금씩.

조금의 친밀함을 기초로 속마음을 조금 이야기해도 괜찮을 정도까지만 나아가면 된다. 그렇게 용기와 배려를 가지고 말하는 게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샌가 뒤를 맡기고, 인생을 나누는 가족 같은 식구들이 생길 것이다.


-누가 해야 하나?

문화는 누군가가 마중물이 되어 능동적으로 이끌어가지 않으면 대부분 좋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으니, 원하는 이가 시작하는 것이다. ‘좋은 문화를 가진 조직, 마음 편한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움직이면 된다. 적어도 나는 그런 마음으로 우리 회사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고, 다른 기업에도 전파하고 있다.


-소소한 시작

사람도, 조직도 변화한다. 긍정적 변화가 좀 더 힘이 들뿐.

절대 쉬운 길은 절대 아니지만, 못 해낼 것도 아니다.

소소하게 시작하면 된다.

괜히 시작이 반이 아니다. 시작 만으로도 엄청난 메시지가 된다.

변한다, 많은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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