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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목 Nov 15. 2022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8년 전 예비 아빠였던 내가 이름도 없던 너에게 쓴 편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달콤아! 이게 네 태명이란다^^

이 글은 네게 꼭 해 주고 싶은 31살의 아빠가 남기는 글이야.

곧 너를 본다고 하니, 걱정과 설렘 때문에 잠이 잘 안 오는구나ㅋㅋ

잠도 안 오니까 아빠가 해 주고 싶은 이야기를 몇 자 적어본다.

이 글 보여줄 땐 아마 너도 꽤 나이를 먹었겠지?


아빠도 잘 모르는 것 투성이야, 이 세상은.

할아버지처럼 좋은 아빠가 될 준비... 아직 안 된 것 같아서...

겁도 많아. 건강하게 네가 태어날 수 있을까부터... 걱정이 많단다.

나중에 이 글을 머쓱해하며 너한테 보여주고 싶은데... 그날이 오겠지?^^


아들은 스스로에게 솔직했으면 좋겠어.

아빤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해서 아쉬웠던 적이 참 많아.

더 많이 배우지도 더 사랑하지도 못했지.

지금도 그때 좀 더 솔직할 걸... 이란 생각을 많이 한단다.


못하거나 모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처음부터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고, 다 잘할 수는 없단다.

배우지 않았는데 곧잘 하는 건 독이 될 수도 있더라고.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지만 거기에 집착해선 안 된단다.


미리 겁 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무리 겁 내고 두려워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건 많지 않더라고.

진짜 조심해서 피해야 하는 건 자신의 실수들이었어.

이를테면 소중한 사람에게 하는 말이라든지, 뭐 그런 거.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모든 걸 해 보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해도 되는 일이 많아.

아빠가 네 편이 되어줄 테니까 씩씩하게 이것저것 해 보렴.

모든 걸 경험할 순 없겠지만 해 보는 것만큼 좋은 선생님은 없으니까.


그리고 아빠한테 잘 보이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

아빠도 할아버지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아등바등했었고

실망만 시켜드린 것 같아서 늘 죄송하고 속상했었거든.

근데 참 신기한 건 할아버지는 항상(은 아니지만) 아빠가 자랑스러웠대.

솔직히 아빤 그 말 안 믿었거든?

근데 네가 생기니까 그 말, 그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


누구에게나 잘나고 멋있게 보이려고 애쓰지 마.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뿌듯한 거야.

멋없는 사람이 멋있어 보이려 애쓰는 건 하나도 안 멋있더라.

멋있게 보이려면 멋진 사람이 되어야 해.


비교는 절대 해선 안 돼.

그게 스스로에게든, 남들에게든.

그것만큼 고통스러운 저주는 없단다.

아빠 결혼식 때 할아버지께서 엄마, 아빠한테 해주신 말씀이

비교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라고 하셨거든.

축가를 부르시면서 글쎄, 간주 때 내레이션으로 하셨단다 ㅋㅋ


무언가 하나만 잘한다면 사람 전문가가 되었으면 좋겠어.

뭘 하던지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하더라.

엄마 뱃속의 너를 상상하며, 참 좋은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고 상상했거든.

겁내지 말고 먼저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렴.

특히 약한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한테.

네 말 한마디가 구원처럼, 빛처럼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아들은 햇빛처럼 따뜻하고 바다처럼 넓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많은 사랑을 주고, 또 많이 사랑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여유와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되어 네 사람들을 웃게 하렴.

너도 많이 웃고 행복할 거야.


이별 앞에 후회하지 않을 사람은 없어.

다만 그 후회를 줄일 수는 있을 거야.

누구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이미 늦었다지만

적어도 진짜 늦기 전엔 늦은 게 아니니까.

엄마한테 잘 하렴.

아빠는 네 친할머니와 일찍 이별해서 참 많이 아쉬웠단다.

세상엔 영원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것 투성이야. 대부분이 그렇지.

특히 너를 품느라 태어나서 처음 입원해서 한 달 넘게 고생한 네 엄마는

네가 이 글을 이해할 때까지 엄청 너를 사랑하며 키웠을 거야.

아빠한테 줄 효도를 좀 떼어다가 엄마한테 더 잘해주렴.

아빠가 서운해서 삐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금방 풀리니까ㅋㅋ


이제 곧 우리가 만날 거라고 하더라.

서투른 아빠가 될 게 뻔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잘해 볼게.

그리고 이 글을 같이 보는 그날엔 꽤 능숙하고 멋진 아빠일 거야.

노력할게. 아빠가 할아버지를 존경하듯, 아들도 아빠를 존경할 수 있도록.

인생에 가장 좋은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너를 기다리며.


2014년 11월 7일 새벽 3시.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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