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장례를 맞이할 때 반드시 기억하기를 바라며.
얼마 전 존경하는 선생님의 장모님께서 소천하셨다. 선생님 내외, 사모님의 언니 분까지 인연이 있던 터라 더욱 무거운 마음으로 장례에 참석했다. 가족을 떠나보내는 일은 아무리 반복하고 준비해도 무뎌지기 어려운 슬픔이니까.
두 분을 포함한 유족 분들은 건강하고 아름답게 슬픔을 받아들이고 계셨다. 서로 의지하면서 고인을 기리는, 성숙한 모습이었다. 잠시 후 함께 앉은자리, 눈에 깊은 슬픔이 보였다. 갑작스러운 이별인 탓에 더욱 슬픔이 컸으리라. 어머니를 떠나보낸 막내 따님을 뵈니 지난날의 내 생각이 났다. 그 날의 나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분들께 드리고 싶었던 작은 노하우들을 공유하려 한다.
1. 물을 자주 마셔라.
슬픔을 느끼면 몸의 에너지는 평소보다 금방 사용되고 스트레스 수치가 급상승하게 된다. 슬픔이 깊을 경우 염증 수준이 증가한다. 또 탈수증상에 따라 심각한 두통이나 경련 등이 따르기도 한다. 따라서 슬픔에 급격한 피로감이 더해지는 장례의 순간은 유족들이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기다.
상주를 포함한 유족들은 조문객을 맞이하는 등 몹시 바쁘다. 또 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뭔가 죄를 짓는 것만 같은 압박감이 들어서 아무 할 일이 없더라도 편히 있지 못한다. 식사는 커녕 물조차 자주 마시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는 슬픔이 깊으면 갈증이나 허기짐 등 기본 욕구를 잘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식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 좋지만 소화가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땐 물을 의도적으로 자주 마셔주면 큰 도움이 된다. 일단 노폐물이 제거되어 간을 지킬 수 있어서 피로감을 덜어낼 수 있고, 탈수로 흔히 발생하는 두통과 요통을 완화하고 예방할 수 있다. 유족들은 서로 물을 틈틈이 챙겨주는 요령을 가지면 좋다.
2. 유족들 간에 자주 대화하라
장례는 많은 조문객들과의 대화를 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손님들이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되는 일이다. 슬픔에 공감을 해 주려 노력해 주는 감사한 분들이지만 가족들이 가진 슬픔에 비할 수는 없다. 나의 경우 내 감정과 건강을 우려하는 이들에게 괜찮은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다 보니 되려 감정적으로 가라앉고 외로워지기도 했다.
그래서 가족들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고인에 대해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애써 서로에게 공감하려 에너지를 쏟을 필요도 없고, 비슷한 추억을 회상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충분히 슬퍼하는 모습을 보여도 괜찮은, 아니 보여야 하는 대상들이기 때문이다. 고인을 기리며 서로 보듬어 주라고 장례라는 문화가 생긴 것 아니겠는가?
3. 고인의 행복하고 건강했던 시절의 모습을 보라.
장례를 마친 후 유족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고인이 생각날 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으로 떠오를 때다.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게 되면 가족들은 그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뇌리에 남을 수밖에 없다. 나는 새벽마다 사무치게 누나가 그리웠는데, 속상하게도 내 머릿속에 가장 강하게 떠오르는 누나의 표정과 모습은 투병생활을 하며 야위고 아파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 회한과 미안함에 몸서리치며 스스로를 원망하게 됐었다. 그 과정이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스스로를 포기하려고까지 했었다. 만약 그 시절의 나를 만난다면 누나의 건강한 시절의 사진을 잔뜩 보여줬을 것이다.
그리움 자체를 막을 필요는 없다. 사랑하는 고인에 대한 그리움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감정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며, 구분하고 차별해서는 안 되는 자연현상과도 같은 것이다. 어떠한 종교나 수련에서는 상 자체를 지워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련을 쌓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워내려고 생각하는 것 또한 고통이라서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들을 온전히 그리워할 수 있도록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머릿속에 의식적으로 담기를 바란다. 사진과 영상을 보며 슬픔이 올라올까 봐 피해야 한다고? 나는 그것은 단지 억누를 뿐이라고 생각한다. 슬픈 일은 충분히 슬퍼해야 한다.
슬플 때 슬픔을 억누르면 몸이나 정신이 아프게 된다.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던 12세 때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더 유쾌한 척 행동했다. 그 결과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새벽마다 심한 우울감에 잠 못 이뤘으며 감정 기복을 제어하기 어려워서 인간관계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또 작은 누나를 떠나보냈던 20대 후반에는 몸속에 종양을 키워서 초기 대장암에 가까운 큰 유암종 판정을 받기도 했다.
충분히 슬퍼하라. 슬픔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감정이다. 조문객처럼 온전히 다녀가도록 받아들여 주기 바란다. 떠난 이를 그리워하라. 그리고 남아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라. 당신 자신도. 그게 고인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