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묶어버린 심장의 매듭을 풀기 위한 애씀의 나날들.
언제인지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
아주 잠깐의 순간들이었다. 당사자는 억울하실지도 모를.
하지만 찰나의 기억들이 나를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아들'이란 모습으로 머릿속에 박아 놓았다.
그래서 내 안에는 인정과 관심에 대한 갈망이 흩뿌려져 있었다.
아버지를 원망하진 않았지만, 성인이 된 최근까지도 나는 그랬다.
누구를 만나도 인정받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다.
박수를 받고 과분한 말들을 들어도
바닷물처럼 아무리 마셔도 내 갈망은 채워지지 않았다.
한없이 기분이 좋다가 늘 가라앉기 일수였고,
결핍된 인정에 대한 불안으로 초조해하기만 할 뿐
노력 대신 비교와 불평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참 감사한 것은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아내와 아들, 그리고 동료들 덕분에 나아갈 수 있었다.
지키지 못할 것만 같아 무겁게만 느껴지던
아내와 아들의 나를 향한 신뢰의 눈빛이
가라앉을 틈도 없이 나를 좌절의 물 바깥으로 끌어올려주고
일부러 더 나를 돋보이게 배려해 주는 폴앤마크 식구들 덕에
나 또한 웃으며 그 배려를 장난스레 즐기게 되어
초조함을 조금씩 내려둘 수 있었다.
그리고 정작 나만 몰랐던 사실을 아내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날 보는 아버지의 눈빛에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는 것.
한 번도 직접 칭찬해 주신 적은 없지만
어딜 가나 아들 자랑을 하신다는 것을 말이다.
나만 몰랐다 정말.
아내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아직도 아버지께 서운해하고 있었겠지.
고 신해철 님이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담아 쓴 곡들. 아마 모든 노래와 글 중에 이만큼 내가 공감한 말들이 있었을까?
아이는 그가 스스로 방문을 열어준 적은 없었으나,
문을 잠근 적 역시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 고 신해철 님의 '아버지와 나 Part3'에서.
아버지의 문은 먼저 열린 적은 없었으나.
문을 잠근 적도 없었다.
그 안에서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계셨던 것이다.
아버지에 대해 혼자 만들어 둔 오해가 풀렸음에도
나는 여전히 목이 마르다.
내가 묶은 매듭을 남이 만들었다고 착각하고 살다 보니
아직 완벽히 풀어낼 재간은 없다
아직도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해방을 위해
나는 매일 고민하고 또 고뇌한다.
잘 들여다보면 결국 내 모든 문제는 내 탓이다.
스스로를 결박하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신께 자신을 위탁하든, 흔들림 없는 굳건함을 갖추든
우리가 그 매듭을 풀어낸다면
타인에게, 또 자신에게 구속받지 않을 수 있는 그 날
비로소 진정한 평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