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2, 우리의 질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by 곰선생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더글러스 애덤스가 쓴 기묘하면서도 철학적인 SF 소설입니다.


영국식 유머의 대표적인 책으로 알려져 있고, 그런만큼 저는 별로 재미있는지(유머러스한지)는 모르겠던 그런 소설입니다. 한때 <파운데이션>에 충격을 받아 SF 소설에 빠져있었고, 유명한 SF 소설들을 찾아 읽어나갈 때였습니다. 이후에 혹시 이야기 할지 모르겠지만, <삼체>, <쿼런틴> 이런것도 말씀 드려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목만 보면 평범한 우주여행 가이드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인류가 던지는 아주 근본적인 질문, 즉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대해 독특하고도 유쾌한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9788970135472.jpg?type=w1

책의 중심에는 "딥 소트"라는 슈퍼컴퓨터가 등장합니다. 이 컴퓨터는 수백만 년에 걸친 계산 끝에, 인류의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그 숫자는 바로 "42"입니다.


이 단순한 숫자는 너무나도 상징적이고, 동시에 어이없어 보입니다. 많은 이들이 기대한 거창한 철학적 문장도, 인류 문명을 송두리째 뒤흔들 새로운 진리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42"라는 숫자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하나의 문화 코드가 되었습니다. 왜일까요?


우리가 답을 얻었을 때조차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면?

딥 쏘트가 "42"라는 숫자를 내놓은 후 사람들은 의아해합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슈퍼컴퓨터는 말합니다.


“너희는 정작 질문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어.”

이 대사야말로 이 책의 핵심이자, 지금의 시대에도 강하게 울려 퍼지는 메시지입니다.


우리는 종종 어떤 문제에 대해 "정답"을 얻고자 애를 씁니다. 수능, 입시, 면접, 심지어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도 답을 얻는 데에만 몰두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무엇을 묻고 있는지, 그 질문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그 질문을 던지는 방식에 대해선 별로 고민하지 않습니다.



AI 시대,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저는 이 책 생각을 ChatGPT 가 나오는 순간 했었습니다. 저 딥 소트가 AI와 너무 유사하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요즘의 인공지능은 놀라울 정도로 똑똑합니다. ChatGPT 같은 언어모델은 우리가 묻는 거의 모든 질문에 그럴듯한 대답을 내놓습니다. 추천 시스템은 우리가 무엇을 좋아할지 예측하고, 알고리즘은 우리가 다음에 무엇을 할지 미리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알고리즘들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우리가 받은 '답'이 어떤 기준에 따라 도출된 것인지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사실상 어느 순간부터는 그 알고리즘을 만든 사람조차도 정확히는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AI는 통계적 예측, 확률적 계산, 그리고 수많은 데이터의 패턴을 기반으로 작동하며, 그 과정은 블랙박스처럼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는 지금, 마치 딥 쏘트가 "42"라는 답을 던졌을 때의 인류처럼, 그 답을 받아들고도 질문이 무엇이었는지조차 모른 채 만족하거나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질문이 더 중요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는 다시금 스스로에게 묻고 싶습니다.

“나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묻고 있는가?”

“내가 던지는 이 질문은 얼마나 잘 다듬어져 있는가?”

답을 얻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질문이 부정확하면, 어떤 훌륭한 답도 소용이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알고리즘이라도 틀린 질문을 입력하면, 쓸모없는 답만 되돌아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지식은 생각의 재료입니다.

사고력은 그 재료를 조합하는 과정이며,

질문은 그 결과를 세상에 던지는 언어입니다.

AI에게 질문을 던지는 지금 이 시대에, 인간에게 더 필요한 능력은 바로 깊이 있게 사유하고, 구조화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힘입니다. 이것이 없다면 우리는 언제나 "42" 앞에서 머뭇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Don’t Panic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우리에게 "Don’t Panic(당황하지 마라)"라는 말을 전합니다.

우주가 부조리하든, 삶이 복잡하든, 기술이 너무 앞서가든…

중요한 건 우리가 생각하는 존재임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잘 정리해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일지도 모릅니다.


혹시 덕후 분들이 이 글을 읽으실지 몰라서...

우주의 이치도, AI의 작동 원리도, 인생의 의미도 완벽히 알 수는 없지만,

우리에겐 언제나 생각할 여유와 질문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도 당황하지 마시고, 타월 하나는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Don’t Panic. Always know where your towel is!


사족> 아... 그리고 그냥 시작하지 마세요. 책 두께가 장난이 아닙니다....

KakaoTalk_20250717_122945990.jpg?type=w1

대표

사진 삭제



AI 활용 설정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계엄, 그 이후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