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니체가 얘기한 독서의 3단계라고 들어보신 적 있으실까요???
저는 젊은 시절 니체라는 사람에게 푹 빠져서 그의 책을 거의 다 읽었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디에선가 나온 독서의 3단계에 대해서 저는 그 어떤 책에서도 본적이 없어요. 그래서 내가 제대로 읽질 않았나 하는 생각도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알고보니 이 독서의 3단계라는 내용은 실제 니체의 저서에서 언급한 것은 아니고 그냥 후대의 사람들이 그의 사상을 정리하면서 만들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여하튼 그 독서의 3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는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독서의 단계입니다.
별 생각 없이 무비판적으로 책의 내용을 받아 들이는 것을 의미 합니다. 사실 니체는 "많이 읽는 자는 자신의 사고를 잃는다"고까지 했어요. 본인의 생각을 가미하지 않은 독서는 오히려 정신을 약화시킨다고 봤죠.
2단계는 내용을 비판적으로 보면서 읽는 비판적 독서의 단계입니다.
독서를 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의심하고, 비판하고, 저자와 대화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독서는 수동적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능동적인 활동으로 해야만 저자를 뛰어넘을 수 있고, 그 저자에게 종속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합니다. 니체는 좀 더 강하게 저자의 사상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창조적 파괴자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3단계는 자기창조적인 독서입니다.
진정한 독서는 책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생각과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독서란 타인의 사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고유한 삶과 철학을 만드는 과정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저도 아주 강력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저는 여러 글에서 밝혔던 것처럼 2003년 이후로 지금까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일주일에 책한원 읽기를 지금까지 실천 해오고 있습니다. 나름 독서 경력이라고 하면 어디가서 무시받을 정도는 아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책을 소개해 주기도하고, 뭔가 나에게 문제가 생겼을때, '그책에서 뭐라고 했었더라??'라는 생각이 드는 정도까지는 와있는것 같아요. 지금은 어떤책을 봐도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편입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꽤 오래전 제 생각과 다른 사람의 책을 의식적으로라도 한번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을때의 경험 때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후술하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 처럼 독서는 많은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취미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제일 위험한 사람은 책을 한권만 읽은 사람이다" 라는 주제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합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독서한다고 속이거나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나 좀 있어보이려고 하는 사람들 일수록 본인이 유튜브 같은거 안보고 책을 읽는다고 많이 얘기를 하는 편이죠. 어느정도 독서 짬이 생기고 나니 실제 책을 읽는 사람인지 아니면 그냥 읽는 척을 하는 사람인지를 몇마디를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더라구요.
그러면서 느끼는 것은 상당수의 사람들이 자신이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준을 넘어서,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읽고 있다고 믿는다는 점입니다. 2단계 정도의 독서는 한다고 생각 또는 착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죠.(별로 읽지도 않으면서 말이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비판적 사고는 단순히 "의심하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진짜 비판은 의심하기 전에 충분히 아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이게 제일 중요해요. 많이 알아야 비판도 가능하고, 판단도 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고, 맥락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강점과 약점을 찾아내야 진정한 비판이 가능한거죠.
하지만 대부분의 독서는 '알아가는 과정'을 생략한 채, 자신의 기존 신념과 맞지 않으면 본능적으로 거부하고, 맞아떨어지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형태를 취하고는 합니다. 많은 경우에 그 판단을 할 수 있는 지식이 없는 상황이라는거죠.
저는 이것은 지식의 문제라기보다는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생각을 만났을 때 불편해하는 마음, 낯선 논리 앞에서 느끼는 방어심리가 작동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고 해도, 결국 자기 확신을 강화하기 위한 자료로만 소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비판하고 있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두고 읽고 있을 뿐인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비판적 독서는 결코 편안한 과정이 아닙니다.
자신이 믿어왔던 것들이 흔들릴 때, 때로는 스스로의 무지를 인정해야 하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 치열하게 싸워야 하죠. 진짜 좋은 책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고통스럽게 만들고, 심지어는 한동안 무력하게 만들기 까지 합니다..
그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비로소 '비판적 읽기'가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이 과정을 아주 힘들게 버텨냈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제 생각과 다른, 제가 싫어했던 사람들의 책들을 의식적으로 읽었던 상당기간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힘든 시간이였지만 지나고보니 그 시간이 제 생각의 지평을 매우 넓혔다고 생각하고, "너도 옳고 너도 옳다"라고 이야기 했었던 톨스토이의 말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경험이였다고 생각합니다.
(다시말하지만 정말 힘든 시간이였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과정없이 그저 나의 생각과 반대에 있는 사람을 비판하는것을 비판적인 독서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안타깝습니다.
니체의 생각대로 최종적인 독서는 결국 '자기 창조적 독서'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원하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남의 생각을 단순히 이해하거나 비판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전혀 새로운 자신만의 생각과 삶의 태도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거죠.
그런 결론에서 본다면 책은 목적지가 아니라 도약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독서는 목적지로 오해되고 있는것 같습니다.
책을 읽었으니, 무언가를 비판했으니, 나는 깨어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편협한 사고방식 안에 갇혀 있고,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말이죠.
이런 독서가 결국 사회를 더욱 분열시키고, 대화를 불가능하게 만들죠.
책을 읽는다고 모두가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책을 읽은 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이, 우리는 우리 자신과 싸워야 합니다. 진짜 비판적 독서는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품고 있는 독서입니다.
그리고 그런 독서는 독자를 고통스럽게 하고, 외롭게 만들며, 때로는 무너지게 하지만, 결국에는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줍니다.
편안한 독서, 확신을 강화하는 독서에 머물러서는 결코 새로운 세계에 닿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정말 독서를 사랑한다면, 더 많이 흔들리고, 더 자주 무너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서, 다시 자기만의 삶을 세워야 합니다.
결국 진정한 독서는, 나를 무너뜨리고, 나를 초월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 단계로 가기를 깊이 바래봅니다.
"진정한 독서는 고통스럽고 위험하며, 나를 해체하고 새로 창조하는 일이다."
니체, <즐거운 학문>
"스승을 사랑하는 자는 결국 스승을 넘어서야 한다."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나를 부정하고 나를 넘어야 한다. 너 자신만의 진실을 창조하기 위해."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