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을 통해 내가 배운 것.

by 이로

가정과 회사를 오가며 새로운 것을 배운 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 마무리하지 못한 일은 내일로 미뤄야 하며, 함께 놀지 못해 아쉬워하는 아이의 목소리를 흘려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요새 입버릇처럼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글쓰기 수업을 배워둘 걸." 그만큼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에 시도하는 일 자체가 내겐 큰 도전이나 다름없었다.


월요일 저녁마다 모든 것을 제쳐두고 배우러 온 만큼 작은 성과라도 있어야 했다. 그래야 주변 사람들 아니, 최소한 ’나’ 에게 만큼은 떳떳할 것 같았다. 글로 먹고사는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나름 절실했다. 내 생각을 잘 다듬고 정리해서 표현해 보고 싶다는 욕구가 결국 여기까지 끌고 온 셈이다.




수업은 흥미롭고 유익했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글쓰기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깨닫기 시작했다. 얼마 전 내가 쓴 글이 떠올랐다. 좋다고 생각한 문장에 부족한 부분이 더 많음을 알게 되자, 잘 썼다고 우쭐거렸던 내 모습이 아른거리며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구구절절하고 위트 있어 보이기 위해 썼던 문장들 말이다.


유명 작가가 쓴 평범하고 사소해 보이는 문장이 왜 좋은지 알게 되자 혜안을 얻은 듯 눈이 번쩍 뜨였다. 몇 번이고 되뇌어봤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글쓰기에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어린아이가 쓸 수 있을 법한 짧은 문장에도 작가의 의도가 철저히 계산된 글임을. 글에도 음악처럼 리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 참석 한 독서토론은 숨은 내 본성을 일깨워주었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해 남 앞에서 말할 수 있다는 사실과 다른 사람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들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 더 이상 나는 남 앞에 수줍어 말 못 하던 어른 아이가 아니었다. 나 자신조차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그 동안 조금씩 성장해오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글쓰기는 마음과 습관의 문제라는 강사의 말에 공감이 갔다. 잘 쓰고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 또한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나를 삼켜버릴 정도로 커진다면 어떤 글을 써도 만족 대신 불만만 가득 쌓이게 될 것이다.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를 찍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나 보람 대신 “누구나 이 정도는 다 쓸 거야”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릴지도 모른다. 자신의 글에 엄격한 검열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바로‘나’를 거리낌 없이 꺼내 보이는 일이다. 쉬워 보이지만 그 누구도 쉽게 꺼낼 수 없는, 어쩌면 가장 어렵고 힘든 일중 하나 일지도 모른다.




무슨 일이든 한 번 보고 배웠다고 해서 바로 체화되는 법은 없다. 당장 내 글쓰기 실력이 일취월장할 리도 만무하다. 당연히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펜을 들고 무언가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이번에 배운 마음가짐과 습관을 간직하고 있다면,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내 글을 발견하게 될 거란 사실을 믿게 되었다. 배움은 그렇게 온몸으로 먼저 받아들이고 느껴야 비로소 시작된다. 글쓰기 수업을 통해 무엇을 배웠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게 대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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