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유능한 사람은 가장 열심히 배우는 사람이다.
- 괴테
해야 할 몇 가지 갈래의 일들이 앞에 버티고 있지만 좀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날씨 탓도 해보지만 엉덩이를 붙이고 꾸준히 하다 보면 하나씩 풀릴 것이다. 역사상 대단한 성취를 이룬 거인들도 때로는 지독한 슬럼프에서 헤오 나오지 못할 때가 있었다.
베를리오즈는 작곡가 생활 초년인 27세에 <환상>을 쓰고 65세에 작고할 때까지 <환상>을 넘어서는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했다. 리스트의 교향시에 영감을 주었고 표제음악의 대명사가 된 이 환상적인 작품은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입힌 명곡으로 회자된다. 그렇다고 베를리오즈가 성공에 도취해 게으름을 피운 건 아니었고 불행의 그림자가 그의 발목을 잡았지만 음악을 향한 그의 열정만큼은 식을 줄 몰랐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파우스트>까지 가는 긴 여정에서 괴테의 인생애는 언제나 노력과 열정이 달라붙어 있었다. 괴테는 법학을 비롯해 신학 미술 음악까지 각 영역에서 박사 정도의 소양을 갖출 만큼 열심히 배웠던 사람이다. "배우는 한 인간은 늙지 않는다."며 젊은 베르테르의 감수성에 지성과 노련미를 더하며 작품과 인생은 더욱 원숙해져 갔던 것이다. 여든이 넘어 <파우스트>를 완성하고 떠난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가면 지독한 노력과 꾸준함이 이긴다는 상식이 보일 것이다.
경우에 따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의 낚싯대를 드리우고 월척 아이디어를 건지려고 기다릴 수도 있겠지만, 대왕 고래는 결코 쉽게 입질을 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디어 물량공세>라는 책에서도 영감의 순간을 하염없이 기다리기보다 꾸준히 아이디어를 내고 정교화하는 일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각가 폴 오스터는 거의 매일 식사 시간을 빼고는 구식 타자기를 붙들고 12시간 가량을 글 쓰는 삶으로 인생을 채웠다. 그의 타자기는 <빵 굽는 타자기>가 되었고, 오스터는 후일 작가로서 명성을 얻고 수상의 영광을 누릴 때 소감을 묻자 "오직 그것만이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쿨하게 답했다.
근면은 최고의 열정이다
- 토마스 만
Beethoven Diabelli Variations Op 120 Alfred Brendel piano (youtube.com)